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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가 결코 실패하지 않는 이유.


 서브컬쳐는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기에 서브컬쳐이다. 인디음악이 메인스트림의 주목을 받아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돈도 많이 벌게된다면 그것은 이미 '인디음악'이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벗어난 음악이 될 것이고, 다른 무언가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돈이 어쩌고 상업성이 어쩌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기 편하라고 나누어 놓은 개념상의 문제라는 거다. 다시한번, 서브컬쳐는 주목받지 못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이름이 서브컬쳐인 것이다.
 
 장기하는 변하지 않았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는 눈뜨고코베인 시절부터 최근 발매한 별일없이 산다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퀄리티에 대한 논의를 둘째치더라도)철저한 인디뮤지션이었다. 그의 음악은 확실히 한국 팝컬쳐의 주류를 이루는 스타일도, 정서도 아니고, 장담하지만, 장기하는 곧 대중에게서 잊혀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현우 기자의 말대로 장기하는 메인스트림에 기웃거리다가 실패하게 될 존재인 것일까.

 당연히 정말 그랬다면 내가 이 글을 쓰고있지도 않겠지. 장기하라는 스타를 만들어낸 것은, 장기하도, 이하나의 페퍼민트도, 공감도, 그 외 어떤 방송도 아니다. 바로 대중이다. 장기하라는 아이돌스타는 그 태생부터 빅뱅 혹은 소녀시대와는 다른, 대중에게서 부름을 받은 존재(...)인 것이다. 대중이 그를 원하지 않았고, 그가 계속 홍대앞 인기밴드로 남아있었다고 해도 장기하는 달라졌을까? 그는 물론 별일없이 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물론, 별일없이 살고 있고. 요는, 장기하의 대중적인 성공이 곧 장기하의 성공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의 아이돌스타' 장기하는 TV속에서 성공했을지 몰라도, 별일없이 산다를 발매하는 장기하는 여전히 인디뮤지션이다.

 이현우 기자의 지적은 얼핏 정당해보인다. 메인스트림에 기웃대며 떡고물 주워먹기보다는 자기네들 시장이나 더 키우라고.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대단히 조악한 논리임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대한민국 인디시장은 그것에 무지한 보통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작지 않다. 아니 작을지는 몰라도, 메인스트림에만 속해있어온 사람들이 쉽게 성공, 실패를 판단할 기준을 세울 수 있을 만큼 조잡하지도 않다. 다시말하자면, 이현우 기자는 '메인스트림 기준의 성공과 실패'라는 잣대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남용정도는 한 오류를 저질렀다. 지금까지 많은 서브컬쳐들이 그래왔듯, 장기하 또한 단기적으로 대중문화에 등장해 소모되어 사라져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서브컬쳐들이 그래왔듯, 그것이 그의 실패는 아니다. 그의 화려한 등장에서 시작된 장기하의 짧게 지속될 딴따라질은, 인디음악을 알게되고 사랑하게 된 많은 새로운 팬들과 함께 별일없이 장기하를 원래 있던 자리로 별일없이 되돌려 놓을 것이다. 안심하시라. 그는 별일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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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3 15:03 2009/03/2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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