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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꼭 솔로 드러밍은 스피드 드러밍이여야 하나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드럼을 하지도 않고 듣는거 밖에 안하지만 종종 공연에서 빠르기만 한 스피드 드러밍을 들으면 짜증납니다. 아무리 드럼 솔로라고는 해도 나머지 세션과는 어느 정도 맞아야되는데 그것도 전혀 아니고. 제가 봤을때는 드러머의 자의식의 과잉이거나 그냥 빠르게 치면 관중들이 "와 저 드러머 잘하네" 이런 반응을 생각하면서 치는 거 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드럼 솔로 :


그리고 스티브 게드에 대해서 제일 좋아하는 일화 하나.
Vic Firth (RHCP, McCoy Tyner 등의 앨범에서 드럼한 사람입니다)가 예전에 콘서트에서 올스타 퍼켜선이 소집됐을때 게드를 처음 만났을 적을 회상하면서 한 얘기입니다.

"우리는 다 같이 3/4 박자로 한 곡을 하기로 했죠. 금요일날 밤에 리허설 했어요. 그런데 게드는
그냥 기본적인 "붐 칙 칙" 박자를 치고 앉아 있는거에요. 속으로 "이게 남들이 다 흥분하면서 얘기하는 스티브 게드야??" 그 다음날 아침 또 리허설이 있었는데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거게요. "이 사람 들으러 오는 사람들은 다 실망하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날 본 콘서트가 시작했을때 게드가 엄청난 연주를 한거에요. 그가 친 모든 음들이
음악과 꼭 맞아 떨어졌어요. 그때서야 게드가 그 동안 뭘 하려고 한건지 알았죠.
리허설에 와서 빠르기로 잘난 척 하려고 하는 대신에 음악을 유심히 들으면서 그가 연주할
틈과 연주하지 않을 부분들을 찾아내고 있었던거죠. 그래서 콘서트 당일날이 됐을때 그는
우리가 어떤 음악이 필요한건지 정확하게 알게 됐죠"

작성자 : \der4u from imm

장원님이 지적하신대로 흔히 사람들은 드러머의 실력=스피드 드러밍 실력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어지간한 정상급의 테크닉이 아닌이상 스피드 드러밍을 제대로 보여주기는 어려운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당연하게도 손가락이 절정으로 빠른 베이시스트가 좋은 베이시스트가 아니고, 스트라이프를 터득했다고 해서 좋은 피아니스트가 아니듯이 좋은 테크닉=좋은 연주자라는 환상은 지극히 피상적이고 음악에 깊이 닿아있지 않은 자들의 알량한 현실도피가 될 수 밖에 없는겁니다. 좁은 시야가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죠.

마찬가지의 경우일런지는 몰라도,
제가 참 좋아하는 밀란 쿤데라 형아는 리듬의 단순화, 타악기의 사용은 음악의 도약을 저해하는 것이며, 그런 의미에서 락 음악에서의 단순한 비트채용은 그 흐름에 역행하는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이 분의 음악적인 깊이는 저와 비교도 안되겠지만 역시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의 면에서 아쉬운 점은 그 기준의 다이나믹함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리듬의 존재의의, 그 역할, 리듬을 단순화함으로써 얻는 효과, 리듬세션이 그 연주에서 짊어져야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폭넓은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당연하게도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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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9 21:41 2007/09/09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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