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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가수인가. (1)

※ 본 포스트는 가수 와니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담고 있으며, 다소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비난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알아서 피해가시기 바랍니다.

최근 참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저는 원래 옛날부터 와니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음. 싫어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군요. 예 뭐, 가수 싫어할 수도 있는 거죠. 그건 취향에 어느정도 좌우되는 문제이니까요. 그게 아마 와니가 지우개라는 노래로 처음 활동하고 있었을 때라고 기억합니다. 이 가수는 곧 저에게서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요 몇 달간, 제가 알고 다니던 지인분의 블로그라던지, 새로 알게된 분의 블로그에 이 사람이 자주 등장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좀 반갑기도 했습니다. 왜 있잖아요. 친구들이랑 모이면 안주삼아 대화에 등장하곤 했던 옛 화제들. MC 한새를 다시보게 되면 이런 기분일까요? 아무튼, 옛날부터 블로깅에 심취해 있었던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까지 블로그가 운영되고 있더군요. 가 봤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사실 이 와니란 사람은 척 보면 싫어할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착한지 어떤지는 모르니까 알 바 아니지만 최소한 예의 바르고, 목표 서있고, 일견 성실해 보이기도 하고, 나쁘지 않은 블로거이기도 합니다. 그럼 제가 왜 싫어했냐고요? 저는 오늘 블로그를 가 보고 제가 왜 이 사람이 싫었었는지 알았습니다.



그건 이 사람이 음악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장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음악을 만들 때 기준을 자신이 아닌, 청자에게 맞추는 사람입니다. 음악 상품을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죠. 음악 상품을 만드는 것은, 돈이 굉장히 많이 듭니다.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듣고 넘기는 가요나 팝 음악들을 만드는 데에는 수천에서 수억을 호가하는 장비와 엔지니어가 필요하며, 한 곡당 수천만원 하는 작곡가의 곡들이 들어가고, 돈을 퍼 부어 트레이닝 시킨 가수도 필요합니다. 당연히 참여하는 스탭들이 전문적인 음악적 테크닉을 가지고 있습니다.

와니의 1집(인지 EP인지)가 처음 나왔을 때, 언론에서 그를 소개하는 문구 중 하나가 [랩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남자] 뭐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 와니는 랩을 주된 창법으로 택하고 있는 가수입니다. 헌데 이 사람의 랩은, 정말이지 형편없었습니다. 장르 음악 팬으로서의 입장이 아닌, 다른 가요 피처링을 하는 랩퍼들과 비교해도, 랩의 중요한 테크닉적 요소인 라임과 플로우도 정말 못 들어줄 수준입니다. 물론 음악 상품 제작자인 만큼, 장르 음악가처럼 랩에 집착하지 않고 노래도 합니다! 만은, 농담으로라면 잘 부른다 라고 해 줄 정도입니다. 낭만해적단의 노래도 들어봤는데 뉴욕에서 뭘 하고 왔는지 도식적인 코드 진행에 뻔한 드럼 늘어놓고 퀄리티 떨어지는 작곡은 전혀 늘지 않았고, 그저 가창력 좋은 보컬 데려다가 어울리지 않는 곡에 억지로 끼워넣는 프로듀싱 감각도 그대로더군요.감성은 풍부할 지 몰라도 그것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한 이성적인 성찰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배운 그대로의 틀에 적당히 달콤한 알맹이를 채워서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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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8 20:36 2007/02/1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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