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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가수인가. (2)

더 안좋은 것은, 그의 블로그가 정체성를 날조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블로그를 처음 들어가면 보이는 [나는 딴따라다. 그리고 그게 자랑스럽다] 라는 문구.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한 마디로 함축한 듯한 이 말에, 그는 [딴따라는 음악에 미친 사람]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가져다 붙였습니다. 딴따라는, 음악이나 한다고 껄렁거리는 양아치 정도의 뉘앙스를 가진 말입니다.  그는 딴따라가 아닙니다. 딴따라를 어떻게 해석하건, 번듯한 사업체를 가지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딴따라 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마치 에픽 하이가 스스로를 갱스터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아무튼 그는 이런 역발상을 통해, [젊고 신선하고 참신한]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시겠습니까?

그는 스스로 [음악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의 [음악에 미친 사람 이미지]를 자신이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정말 그가 블로그를 통해 그의 음악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싶었다면, 리뷰를 늘리던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하지, 앨범 준비가 어떻게 되었는지, 채킷컴퍼니 진행상황이 어떤지, 자기가 어떤 장비를 쓰는지, 자기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천 개 이상의 포스트를 할애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와니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고 열심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게 보이는 것은 그의 음악 뿐인걸요. 블로그의 음반 리뷰를 봐도, 이래서 이래서 좋고 이래서 이래서 나쁘고 하는 어느정도 전문성을 띈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아 이 앨범은 최고였어요 하는 추천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가 왜 뮤지션을 표방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는 음반 제작자에 더 맞는 듯 합니다. 물론 음반 제작자도 음악을 사랑하고 깊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지만, 요즘 가요계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요. 적당히 테크닉 배워서 적당히 팔릴만한 노래 만들어서 파는 게 한국 음악 산업의 현 주소이고, 와니는 이 시스템의 음반 제작자로써 썩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는 음악인으로서는 수준 미달인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이미지는 포장해서 팔고. 솔직히 그가 뭘 하려고 하는지 그 목표를 잘 모르겠습니다. 좋은 음악을 하겠다는 건지, 상품을 팔겠다는 건지, 언젠가는 크게 떠서 번듯한 연예인이 되겠다는 건지, 아니면 대박가수를 키워내겠다는 건지.

그냥 음악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은게 다 라고 한다면, 그의 활동 영역은 너무 넓고, 거기에 낚이는 사람은 너무 많습니다.

채킷컴퍼니의 취지와 기획은 괜찮더군요. 그 꿈 다 이루게 되면 레이블 오너로써는 좋아하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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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로드 제한때문에 불가피하게 두 개의 포스트로 나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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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9 17:23 2007/02/1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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