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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는 딜라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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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반도의 힙합 리스너들이 모이는 사이트는 크게 세 군데입니다. hiphopplaya, Dctribe, 그리고 리드머. 외에도 힙합명반이나 투 턴테이블등이 있겠지만, 일단 제대로 된 사이트의 성격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은 저 세 군데정도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세 군데 다 발 끊은지 오래입니다만, 가끔씩 소식을 얻으러 들르기는 하는 곳 들입니다.

 음악 사이트가 다 그렇듯이, 연초에는 지난해 발매되었던 앨범을 대상으로 어워드를 실시합니다. 이 세 사이트에서도 어워드를 실시(한듯)했습니다만, DC는 아이디를 잊어먹었고(누가 DC왜 신규회원 안 받는지 좀 제정신스러운 이유좀 알려주실래요?) 힙플은 로그인해야 볼수 있고, 리드머 어워드만 체크했습니다. 뭐 나름 세 사이트 중에서는 힙플보다는 깊고, DC보다는 오픈된 적절한 사이트라고 여겨지는 곳인지라.

 솔직히 어워드 후보 선정서부터 어이없고, 결과는 더 어이가 없긴 했습니다 만은, 이건 개인적인 취향 수준의 문제로 빠져버릴 수도 있고 소모적인 논쟁은 피곤하므로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SFP의 The Healing따위가 Game Theory를 제치고 베스트5앨범에 선정되었다던지, Clipse따위가 후보에 있는데 작년 분명히 앨범 발매한 Cut Chemist나 DJ Shadow가 없다던지, 매드립의 비트컨덕터는 대체 어디로 날아간건지 등등 나열하면 끝도 없는 개인적이고 사소한 의문은 일단 제쳐놓겠다는 뜻입니다. 특히 선정 결과에 대해서는 리드머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올해의 프로듀서 후보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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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이 디가 있네요.

그럼 앨범에 Donuts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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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하이텍? SFP? T.I? Clipse? The Game?

.....에구?

도넛이 없군요. The Shining도 없습니다. 네 뭐, 여러사람이 즐겨 듣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음악인지라, 음악 외적으로 여러가지를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어워드에 집어넣기에는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올해의 프로듀서 후보에 오른 사람의 앨범이 한 장도 없다는 건.. 게다가 작년에 죽었는데..




리드머에서는 딜라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스크롤을 쭉 아래로 내린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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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올해의 사건으로 딜라의 죽음을 꼽고 있고, 분명 리드머에서는 딜라의 죽음을 큰 상실로써 인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람들이 몰라서 Donut이나 The Shining을 후보에 넣지 않았다고 한다면, 당신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실을 애석하게 생각하는 그 딜라의 앨범을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시도는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J-Dilla는 90년대-2000년대 그가 활동했던 기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힙합 프로듀서 중 한명입니다. 정말 리드머에서 딜라의 죽음을 큰 사건으로써 인지하고 있었다면, 최소한 도넛이나 샤이닝 둘 중 하나의 리뷰 정도는 실어 줬어야 했던 게 아닐까요. 언급 자체도 없이 이 훌륭한 프로듀서의 훌륭한 앨범들을 체면치례로 연말정산에 이름만 언급해주고 건너뛰어버리네요. 현재 이 어워드 하나로써 리드머에서의 작년 딜라의 죽음은 거의 부정당한 상태나 마찬가지 입니다. 요절한 천재의 작품이 재발견되서 소급되어도 모자랄 판에, 작고한 그 해에 발매된 것들이 주목받기는 커녕 묻혀버리는 이 상황. 예의 차리듯이 올해의 프로듀서 한 자리에 슬그머니 끼워 주기는 했지만, 2006년의 음악에 대해서 논할 때는 제껴버리는 이 상황.  딜라가 부정됨은  곧 그가 함께 꼴라보하고 그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하나로 뭉치고 발전하며 나뉘어졌던 수많은 뮤지션들의 소울, 그 결과물을 함께 부정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제가보기엔, 리드머의 이 태도는 [저희는 딜라의 죽음을 갱장히 애석하게는 생각하지만, 음악은 안 듣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어 보입니다. 하려면 확실히 논외로 치던지, 언급을 하려면 확실히 끌어들이던지,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이 태도는 대체 뭔가요.

근데 사실 저는 말이죠







어워드가 메인스트림 / 인디로 나뉘어서 행해지지 않은 게 진짜 다행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진짜 그렇게 분야를 나눴으면 저 포스트 한 열개 할애해서 디스했을지도 모릅니다.


덧붙입니다.


제가 쓴 이 포스트가 제이 딜라가 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한 어리광이라거나, [왜 이런 훌륭한 애 안 뽑아 주는거야] 따위의 의미를 담은 글이라고 판단되신다면, 고등학교를 재입학 하시던지, 아니면 글 한 백번만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딜라 올해의 앨범에 선정 안되도 상관 없습니다. 몇몇 사람만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다수의 사람들이 듣기에 별로면 별로인 거라고 해 두죠. 제가 언제 머리 꼬리 다 떼고 다짜고짜 [딜라 앨범 선정 안 되었으니 리드머 띠멍해염] 이랬나요? 저, 저 스스로도 음악 좆도 모르고 이해도 얕고 박식하지 않다는거 존나 잘 압니다. 제가 백날 좋다고 해봐야 저보다 음악 많이 들으시는 리드머 운영진이 안좋다면 안좋은 거겠죠 네. 예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 밑으로는 딜라가 존나 허접한 뮤지션이라고 전제하고 가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하나 묻죠. 올해의 프로듀서 후보에 오른 제이 딜라가, 그렇다면 작년에 뭘 했죠? 무슨 근거로 올해의 프로듀서에 오른거죠? 올해의 앨범으로 뽑힐 만한 작품 하나 못 뱉어낸 허접쓰레기 하나 죽은거잖아요? 그냥 작년에 뒈진 놈이라 추모의 뜻에서 올려 놓으셨나요?  너굴님이 좋은 부분 지적하셨네요. 그 따위 후보 선정이 음악의 질이나 뮤지션의 재능에 의거한 합당한 행위로 보이시나요?

진지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라. 분명 많은 힙합 리스너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큰 사이트 중 하나의 어워드에 이런 말도 안되는 모순이 있다는 것이 제가 진지해지지 않아도 될 부분이었나요? 아니 그리고, 제가 리드머 어워드를 비판하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제가 왜 좋게좋게 넘어가야 되죠? 누구보다도 힙합을 사랑하고, 힙합의 진정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길 원하는 마음에서 모여서 시작한 리드머가 아니었나요? 그런 리드머에서 일년에 한번 하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에서 이런 설득력 떨어지는 행위라니, 그걸 그냥 보고 넘기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저도 대한민국에서 몇 안되는 힙합 커뮤니티인 리드머에 대한 애정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건가요?

누가 선정되고 누가 빠지고 이딴 게 중요하다는 거 아닙니다. 위에서 밝혔다시피 그건 어디까지나 개개인 취향의 문제로 국한되고, 소모적인 논쟁만을 불러 일으킬 뿐이니까요. 중요한 건 리드머가 뮤지션을 대하는 태도에 있는 겁니다. 뮤지션에 대해 알아가고, 그가 가는 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취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것.

리드머가 가볍게 힙합 듣는 사람부터, 길가던 LA프로듀서 1까지 다 들으면서 다니는 씹덕후 리스너까지 죄다 커버해야 하나요? 딜라 안 넣어주면 덕후들 섭섭해 하니까 예의상 껴 준건가요?

도현님 말씀대로 제 포스팅을 리드머 인사들이 보고 기뻐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치 않고 쓴 글입니다. 오히려 기분 상하고, 열받고, 그러시길 바라면서 썼습니다. 분명 저의 지적은 상당부분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떼 억지가 아니라는 것 쯤은 아실껍니다. 그런데도 와서 비웃고 가시는 분이 계시니, 저 리드머 운영진과 친한 사람은 한명도 없지만 그 수준을 짐작할 만 하군요.


저 좀 웃어도 되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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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05 17:15 2007/04/0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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