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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어깨에 뭘 더 올려놓고 싶어?

2007/12/16 12:03, 글쓴이 Soloture
김연아 우승 대한민국을 깨우치다


스포츠 소식만 모아놓은 블로그인거 같은데, 기자가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 기가막히는 기사를 쓰네요.

외국에서 성공하는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우리나라의 감정이입은 거의 광적인 수준입니다. 올림픽 양궁대표팀은 '대한의 딸들'이었고, 박세리 박찬호가 잘나갈때는 국가의 흥망성쇠가 박찬호 스트라이크 하나에 달린것마냥 날뛰었습니다. 그나마 박지성은 좀 덜 심한데, 이건 어차피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에 큰 관심이 없다는 걸 반증해주는 것이겠죠(그러고보니 해외에서 이름좀 날리는 스포츠 스타들은 박씨가 많군요). 우리는 그저 공 하나 던질뿐인 투수를, 차고 달리는게 좋을 뿐인 미드필더를 거의 영웅화 시키고 아이돌화 시켜서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왔습니다. 덕분에 K리그 감독은 어지간히 개판을 쳐도 경질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에, 국가대표 감독은 한경기라도 삽질하면 모가지 날리라고 아우성들이죠. 결국 우리나라는 아직 스포츠를 스포츠로서 순수하게 좋아하는 의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조금이라도 그런 기반이 있다면 야구정도일까요.

링크된 본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김연아 선수가 월드 그랑프리에서 2연패를 한건, 한명의 출충한 선수가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거기에 허리통증을 극복하고 실수를 넘어서서 우승을 쟁취한 (스포츠 선수의 세계에서는 흔하디흔해서 썩어문드러질정도로 널려있는)인간 드라마는 있을지 몰라도 거기에 어려운 대한민국의 사정을 대입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지금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가 느끼는 경제적, 정치적인 혼란은 전부 우리 스스로가 초래한것들입니다. IMF때처럼 잘못된 정책이 곪게 만든 상처를 외부에서 터뜨린 것도 아니고, 우리 스스로가 일류만으로 외치며 바늘구멍보다 좁은 엘리트로의 길만을 전부 선택한 결과죠. 김연아 선수의 우승을 보고 자극받아서 현 상황을 극복하자니, 패배주의도 이런 더러운 패배주의는 없습니다. 자기 손으로 배 갈라놓고 이 역경을 극복하자고 외치는 꼴이나 마찬가지죠.

IMF시절의 박찬호는 정말로 전 국민을 구원해주었습니다. 뉴스만 틀면 연이은 부도에, 곤두박질치는 환율, 흉흉한 사회분위기속에서 홀로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의 자리에서 리그를 호령하던 박찬호의 모습은 그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김연아는 사정이 다르죠. 지금 우리들은 패배자도 아니고, 약자도 아닙니다. 우리가 떠안고 있는 문제는 자신을 돌아보는 선에서부터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지, 여고딩 하나가 세계대회 우승했다고 그 모습에 감명받아서 극복하자고 외칠만한 문제는 아니라는겁니다.

이렇게 잘 사는데 여유를 가지고 다 같이 나아갈 줄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에게 신은, 이 아름다운 스포츠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즐기는 기쁨도 주지 않나봅니다. 정말 역겨워 죽을뻔했네요.

스포츠 선수로서 은퇴식에 이런 기쁨에 찬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선수에게만 달린 것이 아니라 팬들이 그를 어떤식으로 생각하고 사랑했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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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6 12:03 2007/12/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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