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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 배명훈

2009/06/30 00:32, 글쓴이 Soloture
타워타워 - 8점
배명훈 지음/오멜라스(웅진)
공상과학소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공상과학소설이다. 공상의 과학적 개념을 소스로 만들어내는 사이파이처럼, <타워>는 공상의 독립된 건물이라는 폐쇄사회속에서 있을 법한 공상의 사회과학적 개념들을 소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언제인가부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발간되는 장르문학들에게서 전염병처럼 발견되는 경향이지만, 나X 키XX처럼 설정을 위한 이야기만들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만들다 버려진 프레임처럼 을씨년스러운 글은 아니다. 화려하고 풍부하지는 않지만 담백하고 소탈한 문체로 잉여로움없이 이야기를 빚어내는 것을 보니 속이 꽉 찬 소설이다. 인상은 대략적으로 그런 책이었다.

 빈스토크의 고립과 단절은 양극화된 극동의 모 반도국가 사회를 연상시킨다. 관료주의는 구성원을 위한 것이어야 할 법과 제도를 이용해 빈스토크 시민을 압박하고, 개인은 조직의 무관심속에 버려지며, 권력은 실체없이 살인한다. 빈스토크에는 커피 마시는 스타일마저 유행시키는 거대기업도 있다. 4층에 걸친 국경을 둔 주변국의 바벨탑은 21세기의 개인을 무겁게 누르며 그 의식마저 주조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의 화신인 듯 하다. 그런속에서도, 현실에도 그러하듯, 총명한 개인들의 행동은 숨죽이며 빛난다. 넓은 사막을 스캔하던 2,774,867명의 사람들, 공무원으로써 실격이라는 하드워커의 기질을 강하게 가진 엘리베이터 전문가, 코끼리를 성불시킨 용역업체직원, 외부에서 주어진 이념보다는 자신이 살을 맞댄 현실을 사랑할 줄 알았던 무슬림들, 520층 연구. 자신들의 위에 무거운 짐이 되어 있는 빈스토크에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이들의 방식은 대단히 긍정적이고 유쾌하다. 사람을 웃으며 동시에 생각하게 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타워>는 작고 세련되지 못하며 거칠은 이야기이지만 웃는 뇌에 송곳을 들이대는 정도의 담력을 갖추고 있었고, 덕분에 이 웃기는 빈스토크의 인간군상에 슬쩍슬쩍 자신을 비추어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덧. 이야기의 길이도 적당한데 누가 한두개쯤 뽑아서 영화나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덧2.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상실에 따른 매스미디어의 잠식을 묘사한 520층 연구의 서문은 세계관과도 모순되고 낡은 감이 있기는하지만 상당히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http://soloture.cafe24.com/tc2009-06-29T11:30:38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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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30 00:32 2009/06/3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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