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코엑스에 약속이 있어 들렀다가 에라곤과 데스노트를 연달아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허니와 클로버를 보고 싶었지만 일행이었던 고딩놈들이 미적지근하게 시간을 끄는 바람에 시간이 안 맞았어요. 영화를 연속으로 보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인지라 완전히 내맡기고 즐겨볼까-하는 기분으로 봤습니다만.
에라곤 네타 섞인 감상
줄거리 한마디로 요약하면
[절라짱쎈에라곤이다죽이니전쟁이끝났습니다]
정도 되겠습니다.
제가 에라곤의 원작을 보지 못해서 뭐라 말 할 수는 없습니다만, 에라곤은 전형적인 만능영웅 서사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구도가 참신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어디로 보나 반지의 제왕의 냄새가 풀풀 나는 것은 저 뿐일까요. 절대 반지 대신에 드래곤을 집어넣고 생각해 보면 더 명확해 집니다. 게다가 반지의 제왕에서 보여주고 있는 철학이나 고찰은 사라지고, 에라곤은 그냥 절라 잘생기고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열일곱이 우연히 절라 짱쎈 드래곤을 손에 넣고 억압받는 민족의 편에 서서 악당들에게 불을 싸지르는 동화이야기만 있을 뿐입니다. 영화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펭메이어 감독은 반지의 제왕이 이미 내 놓은 길을 비틀거리며 따라 갈 뿐, 피터 잭슨에 견줄 만한 능력은 보여주지 못합니다.
볼 만한 것은 드래곤끼리의 공중 격투신 정도.
꼬맹이들 손 잡고 가서 볼 수 있는 아동용 영화 되겠습니다.(12세이상 관람가지만.)
참, 조스스톤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 했는데, 10분도 안나오더군요. 게다가 왜 캐스팅 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안 어울리는 역할..
데스노트 네타 섞인 감상
본좌급으로 분류되는 원작이 있기 때문에, 영화판 데스노트는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후지와라 타츠야에 대한 불만(미스캐스팅이다 하는 것 -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훌륭한 라이토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원체 연기가 괜찮은 친구라)등의 영화를 바라보는 눈을 방해하는 심리적인 요인은 저주가 되겠지만, 원작이 워낙 괜찮은 작품이기 때문에, 원작을 요소를 잘 살린 영화판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사실 볼 사람은 보는 그런 영화인지라 영화 자체의 재미만을 놓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코믹이나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고 영화만을 본다고 하더라도 재미를 느낄 요소는 충분합니다. 다만 그럴 경우에는 떨어지는 완성도나 일본 배우들 특유의 캐릭터화 되어 있는 연기 등이 눈에 걸리긴 하겠지만요.
원작의 전개를 살짝 바꾸어서 키요미를 새로운 키라로 한 것이나, 라이토와 L의 대결에서 결국에는 "법의 수호자"인 L의 승리로 끝맺은 것, 그리고 라이토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적 해석의 결말은 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