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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시즌2 2화 리뷰

2화의 게임, 자리바꾸기는 너무나 심플하기 때문에 독특한 게임입니다. 쉽다는 사실은 거시적으로는 플레이어 퍼포먼스의 평준화를 통해 병풍제거를, 미시적으로는 플레이어들에게 전혀 다른 전략적 접근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과거 게임들과 차별화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제작진이 어느정도 게임 자체를 통해서 자신들의 색깔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 측면에서도 어느정도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리바꾸기는 담합과 거짓말의 게임이었습니다. 아마 방송만 봐도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열 명이 담합하여 두 명을 팽하는 필승전략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열명의 의견을 모으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실행 불가능해보이기는 하지만, 방송에서 실제로 마지막 라운드의 상황을 보면 굳이 열 명이 입을 맞추지 않았어도 다섯 명 연합 두 팀의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만족되는 길로서 두 연합의 담합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전개일수도 있었습니다. 콩의 기지로 단 한 팀만이 살아남아 나갔지만, 오히려 열 명이 담합하여 두 명을 왕따 시키는 전개 쪽이 더 확률이 높지 않았나 싶네요. 여기에 데스매치를 통해 제작진은 이번 라운드의 테마가 담합이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못박아 버립니다. 데스매치의 전개는 비정하고 진부하며, 딱히 극적이지도 않았지만 적절한 연출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자리바꾸기의 또 하나의 요소, 거짓말은 결과적으로 본 게임을 크게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거짓말을 전략적으로 쓰기 어려웠던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심플한 룰에 비해서 로테이션하는 X의 존재로 인해 매 라운드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한 번 거짓말로 몇 명을 혼란시킬 수는 있어도 그 혼란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나가기에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은지원이 거짓말을 함으로서 간접적으로 득(홍진호 연합)과 실(이상민-임윤선 연합)을 얻은 사람은 있었어도 은지원은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했죠. 오히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때문에 게임 중간에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노홍철은 이 게임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자신의 이 방송에서의 역할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노홍철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평균 이하의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은지원처럼 일단 파문을 일으켜 볼 배짱도 없고, 연합을 만들거나 들어갈 정치력도 전혀 없고, 게임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도 늦은 편이었으며,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시간만 보냈죠. 그는 게임시간 내내 의미있는 움직임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수다스럽지만 의미있는 말은 하지 못하고, 아마도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미 노홍철이 하는 말에는 아무 의미도 없고 크게 가치도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의 강점은 자신이 바로 그런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자신이 유리한 상황에 있는지 아닌지는 정말 기가막히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뭔지는 몰라도 남들이 자신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상황이다 싶으면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특유의 화술로 오히려 그 작은 기회의 시간을 늘리기 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징글징글하게 즐기죠. 그런 캐릭터니까요. 그는 그런식의 악역을 자처하여 이 게임에서 자신의 역할을 굳힙니다. 확실히 재미있는 스토리도 나오고, 향후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지만 게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 미비한 것은 아쉽네요. 데스매치에서의 승리마저도 노홍철은 아무것도 한 게 없고 그저 담합에 의해서 정해졌으니까요.

이번회에 가장 놀라웠던 인물은 사실 이두희입니다. 그는 결코 정치력이 좋은 인물은 아닙니다. 자신의 연합의 승리를 위해서 김재경과 아웅다웅할때 그것을 알 수 있죠. “너가 안바꿔주면 다 죽어”라니 이 무슨 질 낮은 설득이.. 사실 거기서 그 말 한마디만 더 잘해서 김재경을 설득했으면 바로 게임을 끝낼 수도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 아쉬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추진력,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접근하고 연합을 규합할 수 있는 영민함은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병풍이라고 생각했더니 호랑이새끼.

김재경은 사실 곧 탈락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두희의 설득이 말도 안되는 어거지였어도 그 상황에서는 이두희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대신 데스매치에서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딜을 이끌어내는 정도의 정치적 감각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죠. 대신 그녀는 이상할 정도의 행동력을 발휘해 아무 연합에도 못 들어가고 그냥 우왕좌왕, 그다지 다른 플레이어들의 호감이나 지지도 얻지 못한채 모두 잃고 데스매치로 떨어지는 신세가 됩니다. 노홍철이 적극적이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본능적으로 감지해서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던 반면, 김재경은 시종일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상황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 패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 게임이 특히 좋았던 것은 룰을 간단하게 만들어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그것을 파악하게 하고, 정치가 중요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 줌으로서 플레이어들의 행동력을 이끌어 냈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딱히 병풍도 없었고, 실제로는 게임이 지루하게 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재미에는 문제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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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4:46 2013/12/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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