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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영화 마더에 대한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봉준호는 좋은 감독임에 틀림없다. 재기와 지속성을 동시에 갖추었다는 것은 그가 운빨로 한방 잘 맞은 작품의 권위에 기대어 병신인증을 하지 않는다는 것 뿐만 아니라 보고나면 눈코입이 훈훈해지는 영화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더를 보고난 후의 총체적인 감상은 복잡했다. 영화의 많은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저마다의 우월함을 주장하고 있었기때문에.

 마더는 장르의 붕괴와 재정립에 대한 교과서와도 같은 작품이다. 스릴러의 틀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사건을 추적하는 주체는 늙고 약하며 똑똑하지도 못한, 힘이라고는 섬찟한 집념 하나뿐인 여인이다. 그녀의 모성애는 비틀리고 아름답지 못하며 그런만큼 날카롭게 발산되며 상황을 시종일관 불편하게 굴려나간다. 그러면서 스릴러, 형사물, 드라마 등등의 장르적 문법이 원자화되어 산발적으로 스쳐지나간다. 물론 봉준호는 더러운 우월함을 갖춘 더러운 명감독이기때문에 그런것들 다 손발처럼 다루어내서 훌륭하게 쌓아올린다. 잘난것들이란 원래 다 이러고 노는거다,
 그 위에 당연하게도, 김혜자와 원빈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가냘픈 몸집에 사슴같은 큰 눈을 가진 김혜자의 광기어린 연기는 영화 내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그 위에 날카롭게 겹쳐지는 원빈의 예측할 수 없는 광기는 그저 감탄을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영화는 흑백영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무채의 미장센과 등장인물들의 맛간 광기가 희번떡거리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감정을 전달하지만 그 뒤에 깔려있는 모성애 -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 비틀린 형태는 아마 강렬함을 얻기 위함이었으리라 - 와 결국 서로의 살인을 덮어주고 마는 결말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은 영화에 현실적인 당위성을 부여하며 그냥 미치광이들의 널뛰기로 끝나지 않게 해준다. 어쩌면 반대로, 이 이야기의 시작이 모자간의 관계였기 때문에 이렇게 막가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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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29 00:23 2009/06/2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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