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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왕국은 좋은 프로그램입니다..

2009/02/23 23:36, 글쓴이 Solo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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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물의 왕국은 요즘 남아있는 몇 안되는 양질의 교양 프로그램이고, 각하께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계시다는 사실은 실로 고무적이지 아니하다 할 수 없다. 하지만 각하께서 이번에 하신 발언은, 당선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오던 "이명박까막눈설" 혹은 "이명박언어장애설"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불미스러운 오류가 되시겠다. 일반적으로 하등동물일수록 많은 자손을 방치하여 번식하고, 고등동물일수록 새끼를 적게 낳아 부모가 오래오래 돌본다. 이런 1+1=2 수준의 상식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자니 귀찮기도 하거니와 자기혐오가 들이닥칠 것 같아 무서워서 감히 하지는 못하겠다.


2. 이명박 대통령은 참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며 항상 사회의 엘리트 무리속에 끼어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세 끼 먹고 살기도 어려운 가운데 자식들 교육시켰던 옛 가정을 들먹인다. 마치 백인 대통령이 흑인 노예의 역사를 위로하듯이. 자율과 창의가 넘쳐나는 교육현장을 만들고 싶다면서 자율과 창의에 정반대인 일제고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심지어 "자율적으로" 실시하지 않은 교사들은 파면시키고), 대학에서 수능점수보다는 잠재력으로 뽑아야 한다는 정론을 입에 담으면서 잠재력은 어떻게 측정하고 무슨 근거로 학생들을 선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라고는 개미똥구멍만큼도 들려주지 않으셨으며, 앞으로 대학들어갈 때 성적순으로 잘라 들어가는 입시제도는 안된다며 학생들 일렬로 세워놓고 등수매기는 일제고사는 왜 그렇게 집착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 이거 써놓고 보니 일제고사가 이명박이 입에 담은 교육에 대한 발언들을 전부 일순간에 개소리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리썰웨폰입니다 그려. 모든 학생에게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준다는 소리는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게 처음 수입되었을때부터 있어왔던 먼지냄새나는 이념이고, 사교육이 판치고 경제력에 따라 명백하게 교육의 기회가 다르게 주어지는 현실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말 그대로 몽상가의 발언이다. "대학을 가기 위한 학교공부"라는 획일화된 필드 위에서는 당연히, 정말 당연히 경제력에 따라 교육의 차별이 발생하게 마련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과 재능에 따라 노력을 할 수 있는 필드들이 세심하게 분화되게끔 만들어준다던지 하는 해결방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맨날 입으로 정론만 주워삼기면 뭐든지 다 해결되는 줄 아는 모양인데, 어떻게 세상을 그렇게 흑백으로 보고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가 있었는지. 이 근본부터 단단히 잘못되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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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3 23:36 2009/02/2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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