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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디워에 관심없는 이유

2007/10/04 22:12, 글쓴이 Soloture
1.
지금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지금도 하지 싶은데 국민은행광고를 본 적이 있으신지.

김연수씨가 등장하는 버전 이거다.

꽤 호응이 좋았던 것 같은데.



2.
아직 디워를 보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볼 일 없지 싶은데,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한번 DVD로 빌려보긴 할 것 같다. 딱히 심형래가 싫다거나 디워가 좃구릴거같다거나 뭐 그런 이유 없다. 디워 아니라도 보고싶은영화 쌓여있고, 봐야 할 영화도 넘쳐나고, 게다가 이래뵈도 바쁜 사람이다. 척 봐도 흥미떨어지는 블록버스터같은거에 신경쓸 여력은 없는거다.

영화가 어떤지는 둘째치고, 그나마 디워에 약간이나마 흥미가 생겼던 것은 엔딩에 편곡된 아리랑을 넣었다는 것과, 아마 한국판에서만 포함되어있다고 알고있는 심형래감독의 영상자서전이었다. 재미있는것이,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처럼 위트넘치는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를 캐릭터화시킨 경우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 영상자서전을 넣은것이 그가 작가로서 높은 자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정당화시키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개인적으로는 심형래가 영화를 만든다면 출중한 코미디언이었던 경험을 살려 영화속에서 개그담당 까메오 출연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그의 명예욕을 너무 과소평가 했나보다.

위에서 말한 광고에서, 김연수씨가 춤추는 장면만 소리끄고 보시라. 그것은 분명 한 비보이가 엘보스핀을 도는 장면이다. 하지만 음악이 깔리고(저 음악에는 '내가 변비에 걸려서 요즘 똥꾸녁이 넘 아파여'라고 말해도 거룩하게 보일거 같다) 나레이션이 깔리면 춤추는 장면이 아니라 김연수라는 사람의 애국심과 비보이로써의 열정을 표상화하는 영상이 된다. 완전히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다른 영상이 되고, 광고로써 이 포장은 꽤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사람들 울컥하게 만드는데는 거의 직빵인 사기기술이니까.

디워 개봉후 심형래의 행보 중 의아했던 것은, 그가 지나치게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것이었다. 영화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랜스 암스트롱이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암을 극복했기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암을 극복하고 투르드프랑스를 정복했기 때문이고, 앨런 시어러가 전설인 것은 그가 세월을 극복하고 오래 뛴 플레이어라서가 아니라 나이먹어서까지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친 축구선수였기 때문이다. 칸예 웨스트가 퀄리티 앨범을 히트시키지 못했고 지금처럼 잘나가지 못했다면 그는 그냥 총맞아 죽을뻔한 양아치일뿐이다.
심형래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내가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강조하기보다는 '이게 어떤 영화인지'를 강조했었어야 했다. 당연한 말이다. 언론에서 심형래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그렇게 집중조명한 것도 말도 안되는 바보짓이었다. 하긴, 충무로의 멸시를 딛고, 손가락질 하는 세상을 묵묵히 견디며 수백억짜리 블록버스터 대작을 완성한 전설적인 코미디언(한문장으로 축약해서 썼는데도 눈물나올라그런다)이라는 팔아먹기 좋은 이야기를 언론에서 놓칠리가 없긴 했다. 이런 관심속에 심형래는 신나서 자신의 이야기에 열을 올렸고 - 개봉하기도 전부터 - 영화에 영상자서전을 넣는 짓 따위를 하게 되었다! 세상에 자기 영화한테 이게 무슨짓이야!! 덕분에 디워를 보면서 심형래감독의 성공스토리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게 되었고, 이무기 위로 심형래가 겹쳐보이는 것도 피할 수 없게 된 거다. 긍정적으로 이 영화 본 사람중에 영화보면서 '와 우리나라 CG기술이 이만큼이나 발전했구나'하고 느끼지 않은 사람 손좀 들어봐라. 유감스럽게도 거기 손든 당신은 칠천원 내고 영화를 본게 아니라 두시간짜리 CG프로모션 영상 보고 온거다.

아무튼 스케일 오방 큰 영화를 만들면 주목받고, 주목받으면 계약하기 쉽고, 배급사랑 계약만 맺으면 미국 전역에 걸린다... 디워의 핵심은 이거였던 거다. 사실 영화가 뭐 어떻거나 상관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돈이 많이 들어가고, 심형래의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북미에 배급만 성사시키면. 이건 이미 괴수영화가 아니다. '심형래의 열정'이라는 휴먼드라마지.

요는, 디워가 평점이 0점이건, 미국에서 흥행을 했건 말아먹었건 뭐건 상관없고, 나는 딱히 작가주의를 주장하는 인간도 아니지만(당연하다!) 작가로써의 자기 자신의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창작자의 창작물에 내가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를 못느끼겠다는 거다. 나한테 그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기보다 자기 인생을 멋지게 코디네이트 하고 싶었을 뿐이라고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적어도 진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 자신의 재능에 한계를 알고 다른 전문 감독을 섭외했을거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한다. 예술가보다는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이니까.


간만에 재개장한 W모씨 블로그가 눈앞에서 왔다갔다 거리길래 한번 갔다가 디워에 대한 존나 찌질한 글을 보고 짜증나서 확 써지껄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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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4 22:12 2007/10/0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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