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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2009/11/15 21:05, 글쓴이 Solo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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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취향이 아닌 다른것, 특히 사람을 접하고 상대하는데 있어 감정이 섞여들어가기 쉬운 귀납적 사고나 근거없는 미신에 의한 평가는 피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현재까지 내 인생에서 만난 대다수의 부산사람이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 다음에 만나는 또 한명의 부산사람에게까지 그 편견를 가져가지는 않는 식. 원체 대인관계를 맺는데에 어려움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고 따지고들면 사람을 끝도 없이 가리게되는 인간인지라, 나름의 개조끝에 도달한 이 결론은 되도록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세상에서 편견을 가지고 보는 딱 한종류의 부류가 있다면, 자신의 열정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다 - 개인을 잘 포장해서 PR하지 않으면 남에게 관심받기를 바랄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지라 발생한 인종들인. 뭐 좋다. 열정은 좋은 말이다. 자가적 동기부여라는 최고급의 스킬을 쓸 수 있는 기본 스탯이니까.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열정이라는 말을 입 밖으로, 혹은 글로 내서 말하는 사람치고 그 단어가 공허하게 들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단어 자체가 남용되고 있기도 하다는 점은 클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나는 열정이 있습니다. XX는 나의 열정"이라는 말을 쓸일은 없다. 왜냐하면 열정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요소이고, 시작보다도 더 이전에 있는 존재이기때문이다. 시작을 촉발하는 것은 열정이지만, 다시말하면 열정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뜨겁에 타오르는 무언가이지만, 열정이라는 단어로 스스로의 입을 통해 표출된 그 개념은 공기를 만난 순간 산화하여 뜨거운 빛을 잃는다. 가마솥의 밑바닥을 지피고 있어야 할 장작을 꺼내서 불붙은 장작을 자랑삼아 휘두르니 밥이 될 리 없다. 열정이란 그런 것이다. 한국어 열정이 아니라도, 영단어 Passion을 들을 때도 비슷하게 어제 먹은 밥이 역류하는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나의 반감은 꽤나 깊은 모양이다.
 열정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기 시작했고 열정이 하나의 미덕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면 마땅히 열정이 고스란히 표출되는 과정이라는 녀석이 주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열정이라는 공허한 단어나 운이라는 이레귤러가 들어간 결과보다 그 사람 자체가 확실하게 녹아있는 과정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점점 나라는 사람보다는 내가 배설해놓은 열정이라는 빈 껍데기와 얕은 잣대가 쑤셔진 결과가 나를 대변한다. 아무도 나를 의심해주지 않는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좋아하는 음악가를 웃음띈 얼굴로 욕하는 입술이었다. 하지만 이젠 미니홈피에 밑도끝도 없이 올려져있는 앨범자켓들만이 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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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5 21:05 2009/11/1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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