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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몸부림 쳤던게 자랑

2009/07/08 17:35, 글쓴이 Soloture

일전에 진통제 맞아가며 연습했다는 김연아 선수의 일화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그런 일화에 감동한다. 그렇게 목매어 외쳐대는 열정의 증명서와 같은 경험. 김연아 선수가 아니더라도 공부하다 과로로 코피났다/기절했다 정도의 에피소드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니는 인간을 찾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티맥스 윈도우 자체에 대한 의견은, 내 자신이 개발자/개발자 후보도 아니니 큰 의미는 없으리라. 다만 발표회에서 이 오에스를 위해 직원중에 이혼을 한 사람도 있고, 병원에 입원했다가 현장에 돌아와서 다시 쓰러진 사람도 있고, 배아픈걸 참다가 병원 실려간 사람도 있다는 일화를 늘어놓으면서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어필해보려는 저열한 발표방식은 무척 후진적이었다. '티맥스는 개발자를 인간이 아닌 부속품으로 취급합니다'라고 대놓고 광고하는것과 다를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개발자는 전문직이고, 전문직 종사라자라면 응당 스스로의 상태를 적절히 점검하여 업무에 임하기 적합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갖추어야 할 미덕의 한 가지이지 않을까. 또, 전문직 종사자이기 이전에, 개발자는 한 명의 인간이다. OS는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서 개발하는 것이고, 개발자는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OS를 개발하여 급여를 받는다. 평시 하루 14시간 근무, 전시 24시간 근무라는 개처럼 부려먹히는 근무환경속에서 인간다움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대단히 어려워보인다. 게다가 그렇게 사람 이혼시키고 병원에 보내놓고 내놓은 것은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는 프로토타입. 이쯤되면 티맥스 윈도우를 둘러싼 그동안의 발언들과 무리한 발표회의 강행이 새로 시장에 등장할 OS의 첫걸음에 발목을 잡으면 잡았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상처를 드러내 보이며 열정을 증명하며 위로받기를 원하는건 코챈게이들이나 하는짓 아니던가? 티맥스가 발표회에서 필요했던 것은 자기들이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을 사회적/신체적으로 망쳐놓았는가에 대한 자랑보다는 확실한 결과물과 상처에 대해 침묵하는 쿨함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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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8 17:35 2009/07/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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