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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의 오류

좋은 음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그냥 좋은 음악이 하고 싶을 뿐입니다.
좋은 영화 추천좀 해주세요.
좋은 그림입니다

 묻겠다. 좋은 음악이란 무엇인가? 명확히 하자면, 음악으로서 좋다는 것은 무엇인가? 좋은 디자인이란?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좋은 게임은 무엇이고, 좋은 화장품은 무엇이며, 좋은 옷은 무엇을 말하고,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언어는 인간 사고의 전달 도구로서 심각한 한계를 지니고 있고, 그 분절성 때문에 한 단어가 끌어안아야하는 개념의 범위는 매우 모호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스스로 생각을 아낌으로써 말을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좋은 것은 무엇인가? 좋은 게 좋은건가?

 사천오백만 한국인이 신봉하는 지식의 성전 지식in에 따르면, 좋은 음악이란 이거랜다. 심각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감히 내 그릇으로는 요약할 수 없는 성전이라 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상당히 모호하고 피상적인 부분만 짚어내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곡의 구성이나 진행의 참신함 따위의 소소 음악적인 요소에서 좋은 음악의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면, 경멸받아야 할 음악가들이 지나치게 많이 늘어난다. 듣기 좋은 음악이 좋은 음악인가? 그렇다면 좋은 음악의 리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수렴되어버리고 만다. 나는 이런 붙잡지도 못할 개념을 가지고 저글링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이것들은 음악으로서 좋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이 되지 못한다.

  얼마 전 인기가수이자 만년신인인 와니씨께서 본인의 블로그에 남겨주신 답글중에서 발췌해봤다.

전 좋은 음악 만들기 위해 음악 합니다.
음악하는게 좋아서 음악을 하구요.

유명해지고 돈 벌고 뭐 그런걸 원해서가 아니라
그냥 좋은 음악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는게 목표고,
제가 음악해서 즐거우니까 하는거구요.

 아마도 그에게 있어 '좋은 음악'이란 여러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인가보다. 그의 음악은 즐거운가? 와니의 음악은 철저한 상품이다. 그의 초기 소개문구에는 '랩으로 사랑을 말하는'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것은 틀렸다. 그는 '사랑을 말하기 위해 랩을 차용한' 사람이다. 그의 음악에 있어, 음악은 두번째다. 청자가 첫째다. 그는 표현을 넓히기 위해 사운드 스펙트럼을 넓히는 사람이 아니다. 듣기 좋은 소리를 차용해 오는 제작자일 뿐이다. 그의 음악은 듣기 좋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듣기 좋음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음악은 결코 듣기 좋을 수 없다. 그 목표를 택함으로 인해 결정되는 행동 특성은, 위상기하학적 표현을 차용하자면 "도넛 껍데기에 설탕물 바르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본질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자기최면으로 자위하며 연명하게 되는 것이다.

 가지를 쳐내야한다고 본다. 담백하게 바라봐야한다. 제아무리 음악으로 돈을 번다고 한들, 명상에 쓴다고 한들, 치료에 쓴다고 한들, 음악은 예술이다. 미술도 예술이다. 의류 디자인은 입기 위한 옷에다가 하는 것이다. 공학은 구현하는 학문이고, 물리는 파고드는 학문이다. 검은 흉기이고, 검술은 살인술이다. 아무리 멋진 미사여구나 대의명분으로 치장해도 그것이 진실인 것이다.
 표현으로써의 음악에의 숙고가 없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음악이 될 수 없다. 창작을 하는 사람은 결국 인간인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감정의 텍스쳐만 벗겨내어 뿌리는 양산품들이 좋은 예술이 될 수 있을리가 없다. 순수 예술만이 예술로서 우수하다는 말도 허당이지만, 키치, 아니 키치의 찌끄레기같은 조각들을 '좋다'고 말하는 것도 참 띠멍해보인다.

 요는, 사람들은 단순히 넓은 칸막이를 쳐놓고, "난 기둥을 세웠어!"라고 착각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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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5 17:15 2007/05/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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