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og for all and none

검색 :
RSS 구독 : 글 / 댓글 / 트랙백 / 글+트랙백

저질스러운 영화평론

2009/03/10 11:08, 글쓴이 Soloture
잘 만들어진 최악의 저질 영화?


이전 포스팅에서(해당 포스팅의 링크는 사이월드 뉴스지만 소스는 조선일보)부터 새삼 발견하게 된 사실이지만, 기자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싸구려로 돌아다니고 있고, 국내 최대규모의 신문사인 조선일보에 글을 쓴다는 기자의 퀄리티가 얼마나 조악한지에 대한 발견은 경악스러웠다.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와치맨이라는 영화가 얼마나 천박하고 폭력적이며 저질스러운지에 대한 주장으로 가득하다. 사실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와치맨은 결코 가볍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볼 만한 블록버스터도 아닐 뿐 더러, 폭력수위는 이례적으로 높다. 닥치고 뚫어죽이는 영화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다. 이해한다.

문제는 이 글이 개인 블로그에 싸질러놓은 영화감상문이 아니라 조선일보라는 매체에 기고된 영화평론이라는 사실이다. 폭력성이나 선정성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한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영화의 본질과 본래의 메세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관객의 시선을 흐리게도 한다. 영화평론의 역할중의 하나는, 영화에 사용된 이러한 도구들의 너머에 있는 영화의 진실을 파악하고, 영화에 대한 하나의 '읽기'를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본 기사를 보라. 그저 눈앞에서 썰고 패는 히어로들에 놀라 오줌지리면서, 어이쿠 이 영화 큰일낼 영화구나 이런 저질스러운 영화가 어떻게 이땅에 나왔을꼬, 하며 구석에 처박혀 덜덜대는 꼴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영화(만화)에서 폭력은 스토리텔링을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고 한현우 기자는 이것을 전혀 짚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명색이 기자라는 양반의 통찰력이 여고딩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영화를 코믹북 빠돌이들을 위한 비공개 모임용이라고 폄하한 것은 참으로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물론 기사 전체에서 주장하고 있는 모든 것에 공통적으로 빠져있는 것, "근거"라는 매우 중요한 물건은 이 부분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빠져있다). 원작의 가장 충실한 재현이라고 칭송받으며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반지의 제왕보다 와치맨이 원작 이야기의 완성도면에서 뒤떨어진다고는 결코 생각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이 깎아내리기는 피에 놀라 자지러진 아동의 소심한 방어기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의내릴 수 있겠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명백이 기자가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음이 저 짧은 글 전체에서 풍겨나옴에도 불구하고 원작을 읽어본 척을 하고 있다는 기사 자체에 깔린 허구성이다. 소설도 아니고 기사에서 구라를 보게될 줄이야.


대체 요즘은 기자를 어떻게 뽑는 건지, 분명히 현 시점에서 본인이 저것보다 1억배정도 나은 영화평론을 쓸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내가 지금 당장 조선일보에 지원해서 못 붙으면 그 기준이라는 것은 세계 7대 미스테리의 마지막 한 자리를 늘리며 차지하고 앉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9/03/10 11:08 2009/03/10 11:08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