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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는 허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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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드라마 하얀 거탑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청률은 대단치 않은 모양이지만, 추구하고있는 드라마로서의 재미, 완성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정말 [드라마로써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정직한 대답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하얀 거탑은 일본 드라마 원작입니다. 하얀 거탑 뿐만 아니라 최근 방영되는(방영 예정인) 드라마 중 많은 수가 일본 원작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드라마나 기타 일본 원작을 가진 영화쪽은 말할 것도 없고요.


대한민국은 드라마 강국입니다. 겨울연가나 대장금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극동아시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드라마이고, 우리가 매일 저녁 TV에서 흘리듯 시청하는 드라마들은 편당 수억의 제작비가 쏟아부어진 비싸디 비싼 문화상품입니다.

일본 또한 드라마 강국입니다. 일본 드라마는 유행에 관계없이 외국에서 쭉 어느정도의 인기를 가지고 있으며 매니아층을 형성해 왔고, 최근 일련의 일본 원작 리메이크 러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작자들의 영감을 자극할 만한 요소나 높은 상품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되는 드라마의 양은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런데 이 일본 드라마, 척 보기에 꽤 엉성해 보입니다. 일본 드라마 감독들의 전체적인 스타일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작위적입니다. 또한 타이트하고 자연스러운 한국 드라마의 연출 방식에 비해, 일본 드라마의 연출은 대체적으로 엉성하고, 역시 작위적입니다. 어떠한 감정을 발휘시킬 만한 장치를 몇 개 설치하고 그것을 그대로 떠내듯이 담아낸다고 할까요. 그래서인지 일본 드라마를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참 못 만들었구나]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 일본 드라마를 세련된 연출기법으로 다시 만든 2차 창작물은 어떨까요? 최근의 하얀 거탑을 제외하고는, 리메이크 드라마가 평균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거나 좋은 작품이라는 평을 들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좋은 사람(제가 듣기로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했다는 식이었는데, 만약 아니라면 그냥 표절.)은 그냥 삼류 트랜디 드라마로 끝나버렸고, 연애 시대나 101번째 프로포즈도 그저 그런 성과를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영화는 어떨까요?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전무후무한 악평을 받으며 [고소영의 연기력과 문근영의 영화고르는 눈]의 충무로 2대 저주(제맘대로 지어낸겁니다)를 만들어내며 침몰했고, 내 머리속의 지우개는 그럭저럭의 관객을 모았지만 좋은 영화라고는 농담으로라도 말하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원작 드라마가 허접해서? 아닐 겁니다. 개인적인 느낌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사랑따윈 필요없어의 원작 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 은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고, 춤추는 대수사선은 [일본 드라마는 조악하다]는 세간의 평이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완성도와 재미를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일본 드라마의 장점은 그 다양성에 있습니다. 그냥 다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극적 재미로 잘 살려내고 있다는 데 있죠. 외과의사 봉달희는 메디컬 드라마의 탈을 뒤집어쓴 트랜디물이지만, 하얀 거탑은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디테일한 - 디테일한 수술장면이나 의학용어의 사용 이딴 거 말하는 거 아닙니다 - 사건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드라마입니다. 춤추는 대수사선에 멜로 라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찰로써 겪어야 하는 일들, 경찰로써 고민해야 할 것들을 잘 버무려 알맹이 자체가 새로운 드라마가 만들어 진 겁니다.

대한민국 드라마는 100이면 100, 사랑과 갈등이 주제입니다. 그 드라마가 메디컬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건, 경찰 드라마이건, 법정 드라마건, 하버드에서 김태희가 영어를 말하는 드라마건 그 껍데기를 벗겨놓고 보면 모조리 똑같습니다. 색깔만 다르게 칠한 자유의 여신상 이백개를 쪼르륵 늘어 놓은 것처럼요. 장르적인 특성을 전혀 살려내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 드라마가 재미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사랑과 야망같은 드라마만 만들어줘도 좋을텐데요.

한국 드라마는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력, 세련된 연출 등 표면은 화려합니다만, 드라마로서의 다양성은 거의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 시청률은 떨어지지만 하얀 거탑과 같은 드라마가 앞으로도 계속 나와주길 바라는 것, 너무 무리한 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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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1 16:18 2007/03/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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