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졸변에 졸필인 인간인지라 두 가지 다 잘해야 하는 인터뷰 취재가 들어오면 항상 몇배는 어려운 것 같다. 자료 찾아보고 음악 들으면서 참 괜찮고 음악도 잘하고 재미있고 깊이도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했고 잘 끌어내보려고 했는데 이게 참 말주변 없는 사람은 그런거 끌어내는게 어렵다. 애초 기대했던 거의 20%정도밖에 퀄리티를 못 뽑아내서(그나마도 야마구치씨가 열성적인 웅변가여서 가능했던 것이지만) 사카낙션에게도 미안했고, 제이박스에도 미안했고, 나 자신에게도 미안했고. 일본어로 인터뷰로 하고 번역을 해서 송고했던지라 번역할때 나의 나쁜 버릇인 죠죠체가 또 등장해버린것도 많이 아쉽다. 죠죠러도 아니거늘.. 사실 퇴고만 좀 더 해봤어도 금방 고칠 수 있는 건데 뭣때문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도 급해서 퇴고도 없이 그냥 송고해버렸던 것이 큰 실수. 아마도 마감 아슬아슬하게 이루어진 인터뷰라서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실제로 벅스에는 약간 날짜가 지나서 공개가 되었던 터라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퇴고할 수 있었으면 싶었다. 죠죠체가 너무 보기 싫어서 블로그에서는 수정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어차피 이미 공개된 글이고, 스스로에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그냥 남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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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니카와 록의 독특한 조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밴드, 사카낙션. 이번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맞아 첫 해외공연을 가지게 되는 사카낙션을 만나,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카낙션은 야마구치 이치로(보컬 및 기타), 이와데라 모토하루(기타), 쿠사카리 아미(베이스), 오카자키 에미(키보드), 에지마 케이이치(드럼)의 다섯명으로 이루어진 밴드로, 이번 인터뷰는 멤버 전원과 만나 리더인 야마구치 이치로가 대표로 진행하였다.
Bugs> 한국의 인상은 어떠세요?
야마구치> 일본과 닮아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도 그렇고. 성품이라고 할지.. 한국말을 모르니까, 어투나 몸짓같은 것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읽어내야 하는데, 그런 걸 보다보면 활발한 일본인 아저씨나 아줌마를 보는 것 같아요.
Bugs> 오사카 사람들을 보는 것 같죠?
야마구치> 하하 그렇네요(전원 웃음).
Bugs> 사카낙션이라는 이름이 독특한데, 밴드 이름의 유래는 어떻게 되나요?
야마구치> 밴드 이름을 만들 때에 하나의 테마로써, 자연, 아웃도어로부터의 영감을 잡아내자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낚시를 좋아해서, 낚시에 관련된 말이나 자연을 나타내는 단어로부터의 영감이 많아서 그걸 밴드 이름에 어떻게 넣어볼까 하고 생각하던 단어가 “사카나(생선)”이라는 워드였죠.
일본 밴드중에 Fish라는 단어를 이름에 붙인 밴드는 많이 있었는데, 노골적인 일본어로 “사카나”를 넣어버린 밴드는 없었다는 점도 있었고요. 그리고 일본어와 영어를 조합한 단어로 밴드의 이름을 짓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Bugs> 그런 말에 대한 깊은 고민이 가사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음악을 들어보고 물론 소리도 좋았지만,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풍부하게 일본어를 사용해서 가사를 쓸 수도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밴드의 이름에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한 것도 이런 면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야마구치> 그렇습니다. 일본에 하이쿠라는 종류의 5-7-5자의 삼행구조로 이루어진 시가 있는데요. 제가 가사를 쓸 때는 그런 하이쿠적인 음운의 울림을 상상하면서, 하루에 책 한권을 다 읽고 그 감동을 한정된 노래가사로 표현해내려고 하거든요. 그런 점이 제 가사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Bugs> 어렸을때는 아버지와 중고서점에 가서 중고책을 박스째로 사와서 전부 읽기도 하고 그러셨다고 들었어요.
야마구치> 아 그랬죠(웃음). 스파르타식이었죠. 그렇게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이 아버지에게 받은 유일한 재산이었어요(웃음). 그런 습관이 있었기에 지금처럼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했고요.
Bugs> 그렇다면 왜 작가가 되지 않고 음악의 길을 택하셨나요?
야마구치> 그 수많은 천재적인 작가나 작사가, 시인들의 책을 읽고, 제가 그 무리 속에 껴서 책을 낸다는 것이 뭐랄까, 너무 주제넘은 짓처럼 느껴졌어요. 절대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고. 그리고 그걸로 먹고 살겠다는 생각도 아예 없었고요. 하지만 음악은 눈에 보이지 않는 , 상상해야하는 거잖아요. 소리라는 것도 대단히 입체적인 개념이고.. 그런 부분에서 가능성을 보았죠.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팔고 하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문학에서 가능성을 느끼지 못한것은 아니지만..(웃음)
야마구치> 원래 저랑 기타치는 이 이와데라는 16살때부터 다른 밴드를 하고 있었어요. 그 밴드는 오아시스같은 90년대 영국록을 하던 팀이었는데요. 그 당시 일본에서 기타록이라는 장르가 유행했어요. 아지캉(주: Asian Kung-fu Generation의 애칭)이나 Bump of Chicken같은. 그런 사람들이 만들어낸 붐때문에 밴드씬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었죠. 저희들도 그 안에 묻여버져서 일단 해산을 하고, 저 혼자 잠깐 활동을 했어요. 그 때 클럽씬의 테크노나 일렉트로니카 음악이나, DJ문화같은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죠. 당시에 라이브 하우스에서 우리 곡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것도 어려워 했었는데, DJ들은 남의 곡을 가지고도 분위기를 잘 만들어 가더군요. 전부 춤추고 그러면서.. 이런 감각의 차이는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러면 내가 만든 음악에 이런 클럽음악적인 느낌을 도입해보면 어떻게 될까 하고 시작했던 밴드가 사카낙션이었던 거죠.
Bugs> 이번 3집앨범 [신시로]를 들어보면, 1집에서 시간이 갈수록 점점 밴드적인 느낌이 사라지면서 3집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인데요. 이런식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있어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야마구치> 저의 밴드 멤버들 전부가 듣는 음악이 제각각이에요. 물론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같은 밴드를 하고 있지만.. 다만, 항상 멤버 전원이 이 앨범을 만드는 그 순간에 좋아해서 듣는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앨범은 힙합이 될 수도, 재즈가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죠. 그 순간에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했던 거죠. [신시로]는 저희가 홋카이도에서 활동하다가 도쿄로 나와서 처음 만든 앨범이거든요. 그래서 좀 더 대중들에게 잘 받아들여지면서도 저희들이 말하고 싶은 바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에 몰려서 만든 앨범이라, 엔터테인먼트성이 높은 음악 위에 보컬을 입히는 식의 하우스 음악적인 작법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되었죠. 물론 그 방법에 매력을 느꼈기도 했고요.
Bugs> 그렇다면 메이저 씬에서 사카낙션의 음악이 살아남을 길을 찾다가 나온 음악이군요?
야마구치> 사카낙션의 음악이랄까, 록이 살아나갈 길을 나름대로 찾아본 것이죠. 이제 보통 록밴드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씬의 상황이 되어가고 있어서, 그럼 록밴드의 새로운 생존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었죠.
Bugs> 멤버분들 취향이 다 제각각이면 싸움같은것은 없으신가요?
야마구치> 취향에 있어서는 다소 충돌은 있지만 뭐,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그치?
이와데라> (말없이 웃음)
Bugs> 처음 밴드는 이와데라씨와 두 분이 시작하셨고, 나중에 세 분이 합류하셨는데요. 그리고 그 이후에 Rising Sun Rock Festival에 출전하셔서 800팀 이상의 참가자중에 한 팀으로 뽑히셨고요. 그렇게 드라마틱한 데뷔과정을 거치셨는데, 어떤 느낌이셨나요?
야마구치> 처음에 둘이서 밴드를 시작하고 나머지는 서포트 멤버를 구해 채우다가, 라이징 선을 출전을 계기로 그때 당시 서포트 멤버로서 라이브 활동을 같이 하고 있던 이 세 명이 영입되어 정식멤버가 정해졌습니다. 딱히 데뷔를 위해 라이징 선에 출전한 것은 아니었고, 거기서 뽑힌 것이 계기가 되어서 메이저 계약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 때부터는 정신없이 달려왔죠. 언더그라운드 씬과 엔터테인먼트를 연결하는 다리같은 밴드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요.
Bugs> 그 때 뽑히고 나서 프레스에서 좋은 평가가 쏟아졌는데, 부담감을 느끼시진 않았나요?
야마구치> 그런건 없었고요. 그냥 눈 앞에 닥친 목표를 하나하나 클리어 해 가는 느낌이었어요. 한 해, 한 해 보스를 쓰러뜨려 나가는 게임 같은 느낌(웃음).
Bugs> 지금까지 다른 뮤지션과의 공동작업을 하신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콜라보레이션의 계획은 없으신가요? 또, 같은 힙 랜드 엔터테인먼트에는 한국 뮤지션인 CLAZZIQUAI PROJECT도 소속되어 있는데, 만약 같이 작업하신다면 한국의 팬들도 기뻐할 것 같네요.
야마구치> 아직 저희들이 한국의 아티스트나 음악씬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생각과 방식으로 한국분들과 작업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눠 본 적도 없어서.. 만약 저희가 일본에서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씬을 바꿔보자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이 한국에 있다면, 이야기를 하고 같이 작업도 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진출을 하기 위한 전략적인 목적으로 콜라보를 하는 일은 아마 없을겁니다.
Bugs> 그렇군요.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에 있어서 사카낙션의 존재를 알리고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되는 부분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TV나 다른 매체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이실 계획은 없나요?
야마구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들은 스스로 뮤지션이라는 자각은 있지만, 연예인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관객들과 항상 같은 거리감 속에 있고 싶어요. TV에 나와서 먹힐만한 음악을 만들 생각도 없고요. 우선적으로 저희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나서, 그 뒤에 미디어가 필요하다면 그 때는 기대 볼 만 하겠죠.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이용하는 입장에 서고 싶습니다.
Bugs> 음악 이외의 관심이 있으신 창작영역이 있나요?
야마구치> 저는 문학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걸 제가 써서 바깥에 내놓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도로 치더라도, 거기에 계속 빠져있고 싶은 마음은 있지요. 멤버들도 음악 이외에 분명 영향을 받고 있는 부분이 있고, 그걸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겠지요.
Bugs> 지금의 사카낙션의 음악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야마구치> 지금 하고 있는 음악에 영향을 많이 준 뮤지션은 무한히 있지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에게 또 영향을 준 사람이 있겠고.. 다만, 음악을 계속 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참고가 되고 있는 뮤지션은 YMO(Yellow Monkey Orchestra: 한국에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소속되어있는 것으로 유명한 테크노밴드)입니다. YMO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테크노에 대중성을 부여한 아티스트로, 그런 부분을 실현해냈다는 사실을 동경하고 있어요. 물론 이건 제 생각이고, 다른 멤버들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요.
Bugs>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사카낙션의 첫 해외 라이브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야마구치> 아마도 완전히 원정경기 온 느낌이 날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이런 환경에서 라이브를 했던 적은 홋카이도에서 아마추어 시절 이후로 처음이라.. 지금 일본에서 라이브를 하게 되면 저희를 보러 와 주시는 관객분들도 있으시니까요.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하는 이번의 라이브가 무척 기대되네요. 문화가 다른 해외에서의 라이브이니까, 우리들의 곡이 어떤 것이 통하고 어떤 것이 안 통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뭐, 간단히 말해 프리젠테이션 하러 온 기분입니다(웃음).
Bugs> 앞으로의 사카낙션의 음악의 방향이나 활동 계획에 대해서 들려주세요.
야마구치> 이미 다음 앨범은 제작중입니다. 우선적으로, 저희들이 하고싶다고 강하게 생각하는 것, 내년쯤 되서는 다시는 하고싶지 않을정도로 확실하게 해놓고 싶어요. 문학이나 음악이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고, 만약 정답이 있다면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을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그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순수하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그 다음엔 베끼지만 않으면 되죠(웃음).
* 본 인터뷰는 음악사이트 네오위즈 벅스( http://bugs.co.kr )에 기고된 글입니다. 혹시라도 무단 수정하실 마음을 갖고 보셨다면 이 블로그의 CCL을 엄격히 따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