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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논리가 아이들의 세계로 끌어들여졌을 때

2008/12/14 01:34, 글쓴이 Soloture
현직교사입니다. 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
시험은 좋은 것이여, 평가는 좋은 것이여, 안그려?



아이들이란 참 좋다. 고집세고, 겁쟁이에, 생각도 시야도 작고, 때때로 비겁하기까지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어른이 보지 않는 것을 본다. 인간에게 유년기가 있는 것은 이상을 보는 것을 배우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어쩌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그들이 보고 있는 이상이 어른들에게는 너무나도 눈부시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격지심에서 나오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잘나신 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노력하고 계시는 정책 중 한 가지는, 아이들을 국제무대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인재로 키우는 것임에 분명하다. 일제고사 시행을 통해 아이들의 "현 위치"를 알고,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셔 달라는 무언의 요구. 이거야말로 국민들을 세계속의 대한민국이라는 귀신에 빙의시켜서 나라의 부속품을 만들어 "이만큼 해 냈다"라는 자기 만족을 채우기 위한 생 또라이같은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에게는 모든 사람이 어려운 시기에 고생해서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올라 떵떵거리면서 사는 삶을 바라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사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성장해온 껍데기만 민주주의인 이 나라 국민들은 그의 상상속의 국민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러함에도 이 땅에는 4500만의 서로 다른 삶이 존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임에 틀림없고,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어진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의식은 그 다양성을 존중하고 싶어하며, 그것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행복할 수 있을리가 없다.

위의 두 번째 링크에 있는 글을 쓴 어떤 엄마처럼, 부모 세대들은 그 정책에 편안해 한다. 자신들이 공부해 왔던 분위기는 그런 분위기 였으니까. 아이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이미 안중에도 없다. 우매하고 잔인한 부모라는 권력만 가지고 있을 뿐. 무서운 것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식의 행복과 미래에는 영 관심이 없다는 거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우리애가 얼마나 더 잘하는지 알고 싶고, 우리 애들이 남들과 비교해서 어느정도 위치에 있는지 모르고 있는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을 뿐이고, 어엿하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촌형과 같은 길을 걸어 자식 키운 보람을 느껴보고 싶을 뿐이고.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함께 할 뿐인, 서로 다른 인격을 책임지는 부모로서의 위치에 선 사람들이 이리도 이기적이고 권위적일 수가 있을까.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등급을 매기고, 그들이 가고 싶은 길로 갈 수도 없게 만들면서,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은 길, 그것도 아이들이 가고싶어 하지도 않는 길로 떠밀어 넣으면 그렇게 기분이 편안할까. 경쟁을 피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교육은 아니라고? 부모여. 적어도 자식이 가고 싶은 길에서 경쟁하라고는 가르칠 수 있지 않을까 묻고 싶다 빌어먹을.

다양성의 사회는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사회다. 많은 길이 있고, 적은 실패자와 많은 성공자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가 가고있는 꼴은 뭔가. 경제는 박살날대로 박살나서 주력산업에도 일자리가 없고, 그 좁은 똑같은 문으로 애들을 줄줄이 세워 집어 처 넣으려고 하고, 나라는 나랏님이 하시는 말씀이니 좀 들어 처 먹어 주실래요 위대하신 국민들아 ㄱㅅ 식의 정책 시행만을 반복하고 있고, 일부의 국민들은 여전히 그래도 나랏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언젠가는 잘 되겠지 데헷 하고 있고, 정말 이 사회가 위험한 후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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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4 01:34 2008/12/1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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