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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의 교육자들은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가.

2007/03/23 15:58, 글쓴이 Solo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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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좀 보시래도요.




머리 자르고 들어갑니다.

 잘 생각해보시면 아시겠지만, 고교등급제 및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는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고교등급제나 본고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대학에서 밝히는 바와 같이 학교가 원하는(본고사), 더욱 우수한 인재를(고교등급제) 효과적으로 선발하기 위해서라고 해 둡시다. 기여입학제는 명목상으로, 학력은 안되지만 학교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해 다른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하는, 보기 좋은 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대학간판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나라입니다. 일례로, 저의 가까운 친척이 근무하는 모 대기업 연구센터에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졸업생을 제외한 어떤 연구원도 선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 정도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학점도 좋아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대학간판이 먹어주는 사람은 취직이 용이하게끔 시스템이 이루어져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름없는 지방대학교 CGPA4.0으로 졸업한 것 보다는, 서울대학교에서 대충 놀고먹으면서 졸업한 사람이 더 취직이 쉽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상황은 기업들만의 잘못도 아니고,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책임이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대학 측에서는 마치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게 인심이라도 쓴다는 듯이 기여입학제를 붙들고 놓지 않고 있는데, 참 재미있죠. 지금 제가 내고 있는 등록금도 어느 구석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마당에, 기여입학한다고 몇 푼 쥐어준 게 정말 장학금으로 전부 돌려졌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사학 종사자들이라고 해서 기여입학제가 돈 주고 대학간판 사는 행위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돈만 많고 질 낮은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그들의 그토록 목 매는 우수한 인적 자원의 질을 떨어뜨리고, 더해서 이른바 신 귀족주의만 부추겨 사회 계층간의 골을 깊게 할 뿐인 득될 것 없는 제도인 겁니다.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저 비평준화 지역에서 고등학교 나왔습니다(지금은 평준화 되었지만). 열려있는 가능성을 더 넓히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서 행하는 학교 공부입니다만, 현 상황에서는 엘리트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 죽자고 달달 외워야 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죽은 지식일 뿐입니다(학생들이 [미적분이 나중에 사회나가서 무슨 소용이 있나요?] 라고 묻는 이 슬픈 상황을 좀 생각해 보세요 제기랄!)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새파란 중딩들이 죽자고 목매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이 죽은 지식들입니다. 정말 이런 학생들을 만들어 내서 선발 한다고 한들,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대학은 단 한 군데도 나오지 않습니다(예. 카이스트 정도가 예외가 될 수 있겠죠). 대학이 앞장서서 오염시키고 있는 이 시스템은, 자기 머리로는 눈꼽만큼도 사고하지 못하며, 엘리트 의식에 쪄든 오만하고 골빈 돼지들을 양산할 뿐입니다. 현실적이지 못하다고요? 그럼 본고사 이야기를 해 보죠.

 본고사는 대학마다 서로 다른 스타일로 치뤄질 것입니다. 연세대를 준비하는 학생은 그 학교에 맞춰서 수험공부를 해야겠죠. 이 말은 곧, 스타일이 비슷하거나 동시에 준비한 한 두군데의 대학 이외에는 거의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나 다름 없습니다. 재밌을 껄요? 수험생의 절반 이상이 재수생이 되어버리는 상황. 재수학원들은 초 호황을 누리게 되겠군요. 해당 대학교 학생들을 과외교사로 초빙하고자 부모들이 아우성을 치고, 사교육비는 하늘을 찌르겠군요.



 결국 대학에서 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를 붙들고 있는 것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한 이기적인 발상 이외에 다른 의도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말입니다. 이 땅의 교육자들이, 진정 자신들이 키워내야 하는 인간은 무엇이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만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면 적어도 저 따위 주장보다는 백 배 정도 나은 대안을 내 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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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15:58 2007/03/2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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