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ㅎㅎ. 어제는 논의를 무단샘플링에 한정짓느라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샘플 클리어링하는데 비싸다는 말을 보고 불현듯 생각이 났네요. 사실 미술에서 collage 기법과 작업 과정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잖아요. 이 collage 기법에서 저작권을 따질때 중요시 여기는게 de minimis doctrine 인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다른 예술작품에서 얼마만큼을 가져다 썼느냐거든요. 조그만 한 부분만 가져다 썼느냐, 아님 theme 이 연상돼는 부분까지 가져다 썼느냐 라는 거죠. 이 판단 기준은 collage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예술품이 그 이전 예술품의 예술적 가치에 기대서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표출하고 있는지를 보기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아무리 샘플 클리어링을 통해서 법적인 권리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나온 결과물이 그 이전 원곡의 선율과 멜로디에 기대서 자신의 예술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면 이건 그 자체로 copy 라고 봐야할듯 싶네요. 사실 처음 두마디만 비슷해도 비슷해질 수 있는게 음악일진데, 굳이 한마디 또는 두마디 샘플링을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네요. 이렇게 나온 결과물들은 그 이전 작품의 아류작일 테니까요. 그렇다고 샘플링의 가능성을 한정짓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제생각에 분명한건 현재 샘플링을 통해서 만든 노래들은 아직까지 독립된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준은 아니라는거, 그러니 앞으로 많은 시도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는겁니다.
사실 밥벌어먹고 사는거 가지고 계속 고민하고 그래야 돼는데 말이죠
Soloture @ 2009/09/23 19:39
미술에도 그런 개념이 있군요. 저는 거의 샘플링 음악으로 리스너로서의 출발점을 끊었고, 지금도 적지않게 듣고 있어서 원곡의 선율과 멜로디에 기댄 결과물은 카피라고 봐야한다는 관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든 입장이지만, 요즘 나오는 샘플링 음악들을 보면 예전부터 비웃어주고 싶던 프리모야말로 샘플링으로 보여줄수 있는건 다 보여줬느니 운운하던 사람들의 말에 이제야 한마디 해 줄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민해야할 문제에 대해 너무 고민을 안해주시니 문제죠. 거시기 왜 재작년 말에 거시기 그것도 참..
hmm @ 2009/09/24 02:41
정확하게 하자면 샘플링도 collage에 속한다고 봐야죠 :) 샘플링한 모든 곡을 copy 라고 단정짓는건 아니구요, 앞서 말했듯이 결과물의 예술적 가치가 원곡의 예술적 가치에 기대고 있느냐를 놓고 봤을 때, 만약 결과물이 그렇다면 그건 결국 copy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자꾸 미술의 예를 들어서 거시기 한데 아래 링크에 있는 작품이 예술적가치에 대한 제 생각을 잘 나타낸 예인것 같아 가져와 봅니다. http://wheatoncollege.edu/Library/VisualResources/
모나리자를 이용해서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건데요, 이작품에서의 예술적 가치는 모나리자라는 훌륭한 작품을 이용한데서 나오는게 아니라 화가가 자화상을 통해 나타내고 싶었던 자기자신의 peculiar 한 내면세계를 너무나 잘 표현한데 있다고 보거든요.
근데 대부분의 샘플링을 통해 만들어진 노래들은 보편적으로 봤을 때 원곡과 별로 다른점을 못느끼겠더라구요. 특히 요즘 한국 힙합들은 샘플링을 가장한 copy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네요. 창의성이라고는 찾아볼수가 없어요. 쉽게 인기나 끌어서 돈이나 벌자라는 마인드인듯해서 요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