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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소수자

2007/01/14 12:53, 글쓴이 Soloture

이런거라도 사 볼까 봐.



만화/애니 보면 오타쿠 취급 당하는 한국 문화에 대한 유감 에서 트랙백


어렸을 적 부터 유난히 게임에 빠져 살아왔고, 스물 넷씩이나 처먹은 지금에 와서도 대한민국 20대 남성의 줴네럴한 미덕이라 칭해지는 여자와 술에는 별로 큰 관심도 없고, 서점에서 서너시간은 가뿐히 때우는,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사실 이쪽(특히 게임과 애니)에는 일반인들의 눈이나 취향에 무관심하다거나 공격적인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어째서인지 노루마(니뽕삘로) 한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신경쓰입니다. 당연하게도, 소수자는 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절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일반인들의 시선이 당연히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수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 사용해야하는 사회적 자본은 일반인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문화를 보급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조촐하게 즐기는 것 조차 어렵습니다. 그리고 문화라는 게 많은 사람이 즐길 수록 좋은 거잖아요.

문화적 소수자들은 자신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스로도, 그리고 대중들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만, 대형미디어의 식민지라고 불러도 무방한 이 획일화된 조선땅에는 생각보다 엄청난 종류의 소수문화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뭐 최근은 그 소수문화들 마저 미디어의 일회성 기사거리로 소모되어 버리고 있지만요. 대중들에 의해서도 트랜드로써 소모되고 버려지는 소수문화입니다만, 사실 당사자들에게는 뭐 그리 대수겠어요.

사실 미디어에 소개되고 마는 소수문화는 그래도 양호한 편입니다.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 만화를 소비하는 집단을 보죠.  게임이나 만화는 마이너한 문화는 아니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그것들을 정말 문화로써 향유하고 즐기는 계층은 정말 소수라고 봅니다. 저만 해도 [애새끼도아니고무슨그나이에게임이나하고만화나보고앉았냐] 따위의 핀잔을 자주 듣는 편입니다. 참 웃기죠. 그 나이 처먹도록 왜 SG워너비가 노래를 못하는 건지 이해도 못하는 주제에들 말입니다. 자기들은 이해하려고 들지도 않는, 아니 애초에 이해할 수도 없는 경직된 머리를 가지고 소수자들을 핍박하고 몰아붙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저를 오타쿠라고 칭하는 인간 중에(과분하게도 주변에 많은 분들께서 저에게 오타쿠라는 영광된 이름을 선사하셨습니다) 제대로 된 문화적인 의식을 지닌 인종은 거의 없다는 사실입니다. CD한 장, 영화티켓 한 장, 책 한 권 살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거죠. 몰이해의 신경질적인 발현이라고 해야 되나요 이걸.

소수자들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자신들의 문화를 더 알리고 공유할 생각보다는 일반인들을, 혹은 다른 소수자들을 공격하기 바쁩니다. 마치 특권계층이라도 된 양 말이죠(올블로그에서도 일부 Firefox유저들의 이런 의식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죠. 불여우중심의 권력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 사실 들춰보면 안쓰러운 자격지심이 그 본질일 뿐인데 말입니다. 깊고 풍부한 문화를 즐긴다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가 이렇게 없어서야 쓰겠습니까.

최근 다음까페 힙합명반에서 논의되었던 "계층문제"도 이와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힙합을 어느정도 깊이를 가지고 즐기는 사람은 굉장히 적습니다. 이 사이트에 거물 리스너는 저 사이트에서도 형님이고, 그 사람이 알고보면 씬에서 음악 만들고 있고, 그런거죠. 하지만 트랜드의 바람은 힙합에게도 불어오기 마련이고, 분위기를 타고 힙합에 대해 더 알고싶어지는 사람들은기존  힙합 리스너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소수자들의 집단은 극히 폐쇄적이죠. 결국 예상가능한 그렇고 그런 전개를 거쳐서, "남는놈만 남게" 되버립니다.

소수자와 일반인의 골은 그들 스스로가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화의 우열은 없습니다. 애들이나 즐기는 문화 따위는 더더욱 없죠. 일반인들은 소수자를 핍박하고 제거하려 듦으로써 장래에 자신이 즐기게 될 대중문화의 원천을 말살하고 있습니다. 소수자들은 일반인을 무시하고 배척함으로써 장래 이 문화를 발전시켜나갈 인재들을 없애고 있는 거고요.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정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 그것도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넘어선 그 무언가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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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4 12:53 2007/01/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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