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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시즌2 5화 리뷰

이번 라운드 이전 지난 2주간, 개인적으로 방송을 보면서 계속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지난 주 리뷰에서 어느정도 그 위화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썼었는데, 이번 라운드로 확실해졌군요. 아무리 팀 게임이라고 해도 진행이 너무 단순했다는 것, 홍진호가 거의 매 라운드 슈퍼플레이를 보여주고있는데 사실 생각해내기 불가능 하지 않은 전략들이었다는 것, 결정적으로 시즌 1만큼의 밀도와 재미가 없다는 것. 원인은 지난주에도 말했다시피 방송인 연합이었습니다.

7계명은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이득이 다 다른 개개인의 플레이어들이 전체법안에 대한 투표를 두고 연합을 해야한다는 구도는, 각자의 이득에 따라 정당을 만들고 서로 싸워나가는 실제 정치의 원론적인 구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법안을 오, 남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어서 이번 라운드의 홍진호처럼 전략적인 기지를 발휘할 수도 있고, 개인법안을 공개하거나 하지않거나로 정보전을 펼칠수도 있었습니다. 필승법은 플레이어들간의 조합에 따라 몇가지가 나올 수 있었고, 개개인의 승리조건과 능력이 다 다르기에 플레이어들간의 역학관계도 유동적이고 흥미롭게 전개될 수도 있었죠. 법안을 이용해서 점수를 무한대로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으니, 이상민의 개인법안으로 고작 50점을 책정한 제작진의 예상범위를 뛰어넘는 점수가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그런 잠재적인 재미를 모두 버리고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재미없는 시나리오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인 두 사람은 임윤선과 조유영입니다. 조유영의 활발한 움직임은 이상민의 시그니쳐적 전략인 킹메이킹이 배후에 있었으니 두 사람은 라운드 시작시부터 떼어놓을 수 없는 한 조가 되죠. 가장 이번라운드에서 김새는 부분은 이제 은지원과 노홍철이 룰을 파악하거나 연합을 결성하려는 노력도 안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둘은 원래 룰을 파악할 능력도, 연합을 결성할 적극성도 애시당초 없긴 했지만 이제 완전히 손을 놓습니다. 왜냐면, 가만히 있어도 이상민-조유영을 통해 정보가 그냥 흘러들어오기 때문이죠. 둘 다 개인법안을 숨기고 정보교환시 타인의 법안을 보여주는 사기를 치는등의 행동을 취하기는 합니다만, 이 둘은 기본적으로 안전빵으로 가는 플레이어들입니다. 특히 노홍철은 자기가 이상민을 주축으로 하는 거대연합을 등에 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예 왕처럼 행동합니다. 이들의 태도, 아니, 이상민을 제외한 이번 라운드 다수파의 태도는 왜 시즌2가 재미가 없어졌는지 보여줍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이제 이기기위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곧, 이제 룰에 신경을 거의 안쓴다는 말입니다. 사람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초반 특성상 어차피 다수가 모이면 룰을 막론하고 유리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죠. 이상민은 여전히 이기기 위해 판을 짜고 왕을 만들고 연합을 구축합니다만, 노홍철과 은지원은 가만히 있으면 이상민의 연합에 자연스레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목적없는 비협조만을 반복합니다. 방송 외 친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연합이기 때문에 당연히 배신도 나올 수 없고요. 여기에 왠지 모르겠지만 홍진호를 매의 눈으로 노리고 있는 이두희와 병풍인 유정현까지 가세하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행동하는 남은 두 명(과 잉여환)은 자연스럽게 남게 되겠죠. 아무도 룰에 신경을 안쓰니 여전히 전략적 비전을 세우고 플레이어로서 게임에 임하고 있는 홍진호는 거의 매 라운드 룰의 헛점을 발견하여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고요. 홍진호의 탁월함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는 있지만, 반대로 홍진호 이외에는 아무도 룰에 그닥 신경을 안 쓴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불운이 겹쳐 임윤선은 발빠르게 움직였음에도 조유영의 견제때문에 콤비를 이룰 수 있는 임요환과의 합류가 늦어졌고, 이는 탈락에 결정적으로 작용하게됩니다. 원래 독고다이로 움직이는 홍진호는 그렇다고 치고, 임윤선이 이번 라운드에 과연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게임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협박하고, 구스르고, 애원하며 돌아다니지만 판은 호락호락하게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우승후보인 그녀에 대한 견제도 있었겠지만, 노홍철이 임윤선과는 절대 연합을 하지 않고 철저하게 이상민에게만 붙어다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단순한 견제 이상의 인간관계가 그 뒤에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은 자명하죠. 규칙으로 연합의 이합집산을 강제했던 자리바꾸기 게임을 제외하면 2라운드 이후 지금까지 해당 라운드에 결성된 연합은 거의 깨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고착화되어가는 게임의 판도를 반영합니다.

이번 라운드의 재앙적인 메인매치는 지난라운드까지 5-5, 5-4로 팽팽하게 인원수를 나눌 수 있었던 상황이 바뀌면서 밸런스가 무너져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지원과 노홍철은 지난시즌 박은지와 비슷한 역할, 즉 게임의 암세포들입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어렵지 않은 수학문제를 개런티 받고 풀러 나오는 일에도 의욕을 느끼지 못하고, 방송안에서 떠도는 유령같은 이들이죠. 더 나쁜 것은 이들이 인간관계때문에 게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방송에 출현한 이상, 이들의 행동원리는 방송이 제시한 프레임 안에 있어야 합니다. 임윤선이 데스매치 상대를 선택했을 때 노홍철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의 은원관계에 따라 데스매치의 연합을 재구성할 수 있는, 어느정도 공평하게 플레이어로서 행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조유영은 인간적으로 임윤선을 싫어한다고 보고 있어서 그건 그렇다 치고, 만약 임윤선이 노홍철을 선택한 경우, 이상민-은지원-노홍철-조유영의 거대연합을 상대로 우군을 몇 명이나 만들 수 있었을까요? 지금까지 허당인 모습만 보여준 임요환을 마지못해 찍기는 했지만(이렇게 별 수 없이 찍게 되는데도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서 선택하려하는 모습이 참 당당하고 멋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데스매치가 정말 안좋았죠. 그야말로 임요환을 위해 준비된, 임요환이 가장 잘 할수 있는 게임이 걸려서 그냥 압살. 제가 보기에 이번 라운드는 게임으로서 재미있을 수 있는 모든 변수가 차단된, 최악중에 최악의 상황이 겹친, 전 시즌 통틀어 가장 재미없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식으로 진행된다면 향후 2-3라운드는 정말 재미가 없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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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5 17:18 2014/01/05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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