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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시즌2 3화 리뷰

왕 게임을 보면서 쉽게 연상시킬수 있는 것은 라이어 게임 초반에 등장했던 소수결 게임입니다. 물론 세부 룰이 다르고 왕 게임이 좀 더 복잡하긴 합니다만, 두 게임의 본질은 같습니다. 바로 연합을 통한 투표조작이죠. 공교롭게도 왕 게임과 소수결 게임 둘 다 연합 내의 이중스파이에 의해서 게임이 끝났다는 점도 재미있네요.

왕 게임은 연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2라운드에 치뤄졌던 자리바꾸기 게임의 연장전과도 같습니다. 다만 반역의 징표를 사용하여 룰을 통한 심리전이 가능하도록 전략성이 가미되었다는 점이 다르겠네요. 이것은 실제로 홍진호의 5연 연합이 초반에 왕이 아군이 아님에도 리드해나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죠. 아마도 인원이 많은 게임 초반에 정치력싸움이 주가 되는 게임을 주로 배치하고, 점점 전략적으로 복잡해지는 구성을 택하기로 정한 듯 합니다. 아님 말고요.

게임의 경과는 별 다른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교과서적인 전개를 보여줬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오히려 초반이죠. 6인연합은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지르는데, 바로 게임 시작전에 유정현을 연합에 넣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게임은 연합이 크면 클수록 유리하고, 그 유리함은 연합이 9인이 됐을때 가장 커져서 무조건 이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약 이 연합이 6인이 아닌 7인으로 시작했다면, 게임 후반부에 6인 연합이 우수수 무너져내린 것처럼 더 큰 연합쪽으로 스노우볼이 굴러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배신해봐야 얻는 이득이 없으므로 이두희가 스파이를 할 일도 없었겠죠. 자리바꾸기처럼 실질적으로 5인으로 연합의 제한을 걸어놓은 것과는 반대로, 이번 라운드는 게임이 진행되면 될 수록 유리한 쪽으로 게임이 기울어 연합을 무제한으로 키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배신자를 사전에 차단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합의 규모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죠. 1라운드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5인연합 2점, 6인연합 1점으로 6인연합이 지고 시작합니다. 사전정보가 없는 1라운드이기 때문에 6인연합이 엄지:검지 3:3, 5인이 2:3으로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가정할 경우, 1) 5인연합이 엄지:검지 2:3으로 나눠 검지가 반역(실제 게임에서 일어났음) - 5인연합 이득 2) 5인연합이 마찬가지로 엄지:검지 2:3으로 나눠 엄지가 반역 - 6인연합 이득 3) 엄지:검지 3:2로 나눠 검지가 반역 - 6인연합 이득 4) 마찬가지 상황에서 엄지가 반역 - 무승무 가 되기때문에, 50%의 확률로 6인연합이 이득, 지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5인연합이 이득을 가져갈 확률은 25%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가넷 하나로 1라운드에 50%의 확률로 방어를 해낼 수 있다는 말도 되지만, 3라운드에서 임요환이 제시한 낚시전략에 걸려들 수도 있으므로 여전히 5인연합은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됩니다. 확률적으로 이길수가 없지는 않겠지만, 6인연합이 어떻든간에 초반에 미세한 우위를 지니고 있고, 반역의 증표는 점점 비싸지므로 후반에는 사용할 수 없기때문에 그것으로 차이를 점점 벌려나가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었죠. 이두희의 이중 배신과 그에 따른 홍진호 연합의 손쉬운 승리는 다 유정현이 6인연합에서 거부당해 5인연합으로 들어감으로 인해 생겨난 나비효과였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점은 2라운드에서의 홍진호 - 임윤선의 대결구도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홍진호는 원숙해진 정치력과 탁월한 분석력으로 발빠르게 연합을 조직하고 전략을 실행해 나갔고, 임윤선의 경우, 연합의 결성 자체를 리드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연합의 리더로서 활동력을 보여 팀을 자신의 것으로 장악해나갔습니다. 매 라운드 연합의 이합집산이 심하긴 하지만, 두 핵심 멤버가 지금처럼 연합의 중심이 되었을 경우,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서 톱3 플레이어라고 보고있는 홍진호, 이상민, 임윤선중 이상민이 어느 연합에 가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이상민이 2라운드에서 보여준 미친 관심법(…)과 3라운드에서 보여준 비범한 연기력(…)이 두 라운드에 걸쳐 미친 영향력은 엄청났죠. 시즌1에 비해서 참가자들의 개성이 더 뚜렷하고 전반적으로 더 수준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세 명의 파워플레이어들간의 권력구조가 앞으로의 전개에서 더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라운드에서만 한정해서 보자면 이 게임의 주인공은 조유영이었습니다. 비록 본 게임은 졌지만 본 게임에서부터 데스매치까지 보여준 불타는 승부욕과 집중력, 행동력은 대단히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데스매치에서의 활활 불타는 모습은 걍 저를 지리게 만들었네요. 무슨 바둑기사를 기세로 씹어먹는 여자가 다 있네 그려(…). 결합게임은 전 시즌에도 보여주었듯, 승부형의 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아니, 했었습니다만, 이번에 변화된 룰 안에서는 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는 점에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번의 결합게임에서는 결을 불러서 1점이 감점되었을 경우, 서포터들에게 턴이 넘어가 감점을 만회하거나 상대방의 결 콜을 이용해 득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홍진호의 입장에서는 결을 부르는데 부담이 적고, 김경란의 입장에서는 더 부담이 되었죠. 홍진호는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김경란이 패턴찾기에 더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패턴찾기는 그다지 승부형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것 같지는 않군요. 실제게임에서도 패턴찾기는 조유영이 이다혜를 압도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결을 외쳤을 때 실패하면 확정된 손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달랐죠. 그리고 패턴이 하나만 남았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는 굳이 합을 외칠 필요가 없어, 결 콜 자체를 없앨수 있기도 했고요. 요는, 지난 시즌에서 승부형 플레이어로서 홍진호에게 큰 어드밴티지를 제공했던 결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다혜는 승부내내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는데요. 중간중간 보여주는 번외인터뷰에서도 이다혜는 조유영과 친했음을 강조하면서 아쉽다는 태도를 보여준 반면, 조유영은 승부에는 언니도 엄마도 없긔 훨씬 더 승부사다운 자세로 임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개인적으로 데스매치는 이다혜가 제 생각보다 지니어스 게임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 조유영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의외의 반전 덕분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차민수가 월등한 게임 이해도와 집중력, 카리스마를 곧바로 보여준 것과 대비되어 차유람과 이다혜가 보여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퍼포먼스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적응력의 부재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 분야에서 쌓아올린 지식과 지혜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적응력과 통찰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식과 기술을 기계적으로 쌓아올렸다면 결코 행하기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 면에서 임요환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헛스윙만 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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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5 17:37 2013/12/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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