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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비틀기의 함정

2007/04/11 23:28, 글쓴이 Soloture
  상식을 깬다는 행위는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유능함이나 과감함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면서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인간 사회는 상식에 의해 성립되고, 상식에 의해 운영된다. 다시말하면 상식에 의해 지배된다고 할 수 있겠고, 이 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 중에 단 한번이라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말을 내뱉은 적이 있다면 그는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자격이 없다. 상식을 깨는 행위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것을 동경하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인간이 상식의 피지배자임을 인정하고 있음일 것이다.

 상식은, 너무나도 자명하여 그에 대한 고찰이나 숙고를 거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보편적인 지식이다. 상식은 보수와 안정을 대변한다. 상식을 비튼다는 것은 곧 안정되어 있는 사회를 부수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전을 이끄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올바른 상식 깨기는 단순한 현실의 부정이 아니라, 극도의 현실 긍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 어디에나 다수의 사람들은 그러하듯이, 본질은 놓친다. 안타깝게도 현실에 대한 무한의 긍정으로써 상식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들이 상식을 비틀어 얻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단아적인 사회적 이미지, 혹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자기생각이 있어보이고, 주관이 확실한 사람으로 보이니까. (역으로 상식에 대한 심한 긍정에서도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상식 비틀기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는데, 그쪽으로는 잠시 접어두도록 하겠다) 이런 자들의 상식 비틀기는 현실을 부정하고 해체하기만 할 뿐, 거기서 끝난다. 변변찮은 염세주의나 낳으며 - 염세주의 또한 세상에 대한 긍정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아마 쇼펜하우어는 굉장히 슬퍼하고 있지 않을까 - 제자리에 주저앉아 징징 짜게 될 뿐이다.

누구나 입에 담기는 쉽다. 누구나 다 "사랑은 가치있는 것이다"라는 의견이 맞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왜 그러한지는 잘 모른다. 그 납득할수 없음에 "사랑따윈 필요없다"라고 말해 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아니 최근에는 오히려 더 많은 것 같지만, 결국 사랑이 필요없다는 것을 납득할 수는 없다. 그냥 사랑을 얻기가 어려우니까 도망치는 것일 뿐이다. 어째서 도망치면 안되는가. 이에 대한 이유도 선뜻 댈 수 없다. 마음이 편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무의식중에 도망쳐버린다.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도 있는 거다. 하지만 결국 이 말 또한 납득하지 못한다. 왜 말로는 설명이 안되는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것에 왜? 라는 물음을 섣불리 던지지 못한다. 그리고 조금 똑똑한 척 던져본다고 해도, 감당할 수 없는 해체속에 그냥 주저앉고 마는 것이다

 정론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정론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상주의자라 손가락질 한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이상은 정체될지언정 해는 끼치지 않지만, 이상이 거세된 현실은 세상을 좀먹는다는 단순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아무 생각없이 올바른 가치들만을 자신의 신앙으로 삼아 살아가는 맹신도들도 있고, 정론을 비틀다가 엎어져 상식비틀기의 함정속에 빠진 사람들도 있다.

 씹고, 삼키고, 소화하는 간단하고 자연스러운 과정을, 사람들은 회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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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1 23:28 2007/04/1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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