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log for all and none

검색 :
RSS 구독 : 글 / 댓글 / 트랙백 / 글+트랙백

본격 히라노 아야 까는 글

 본디 성우놀음에 큰 관심은 없지만 애니바닥에 몸담고 있는 자로써 신경이 쓰이지는 않을 수 없는 일. 애니 한쿨을 보다보면 결국 연기에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관심이 가는 성우가 있기 마련이고, 관심이 있다면 알지 아니할 수 없기 마련이다. 지금부터 쓰려는 인물이야 관심이 있건 없건 알 수 밖에 없는, 워낙에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인물이지만.

 글 앞대가리 쓰는거 귀찮으니 거두절미하고 들어가보겠다.

1. Riot Girl

 Riot Girl은 히라노 아야의 첫번째 앨범으로써 주목을 모으며 발매되었다. 성우로써는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영역에서의 앨범발매는 많은 화제를 모았고, 잘만 만들어졌었다면 살짝 팬이었던 자로써 즐겁게 들어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있게 말하지만, 히라노 아야의 이 앨범은 재앙에 가까웠다. 음악 팬으로써도 아니고 이 음습한 바닥에 몸담고 있는 자의 시선으로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앨범이었다. 전체적인 모양새를 보자면, 히라노 아야의 취향의 전적인 반영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체적으로 프로듀싱은 록 사운드 위주로 되어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이거다. 과연 많이 배우신분들이 차고 넘치는 일본의 대중음악계답게 납득이 가는 퀄리티의 음악들이 들어가 있다. 문제는 히라노 아야 본인. 여자판 TM레볼루션을 하고싶은건지 뭔지 모르겠는 괴악한 창법, 전체적으로 하드한 팝 록스타일에는 농담으로라도 어울린다고 말하기 힘든, 성량, 음색, 테크닉 모든부분에서 아득하게 수준미달인 가창력.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 그나마 들어줄만 하다고 느낀 건 오직 冒険でしょ?でしょ!뿐이었다. 스즈미야 하루히의 오프닝이었던 이 노래는, 히라노 아야가 노래를 정신나간 열살 동네꼬마가 부르는것처럼 부르기 전에 녹음한, 전형적인 애니송이다. 애초에 이 곡이 뜬금없이 이 앨범에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도 - 스타일, 창법 모든게 완전히 다르다 - 어이가 없는데, 그나마도 이 곡에 비교되서 다른곡들이 너무 듣기 부담스럽다. 아 시발 고 귀여운 녀석이 연상이 되야 들어주든지 말든지 하지.

2. 햣코

 원작 웹툰을 재미있게 봐서, 캐스팅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다. 뭐 성우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목소리만 듣고 성우가 누군지 맞추는 건 일도 아니지만, 내가 처음 아유미의 목소리를 들었을때 내 머리속에 스쳐지나간 것은 히라노 아야라는 이름이 아니었다. 히라노 아야가 녹음실에서 영악한 표정으로 녹음하고 있는 그 모습이었지. 가끔 TV에서 유명 캐릭터 성우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려고 하면 "꿈을 깨고싶지 않다"며 취재를 거절하는 성우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예전에는 좀 이해가 안됐었다. 그리고 그 심정 이제야 이해가 가더라. 고작 히라노 아야가 나온 Heyx3를 봤을 뿐이고, 탑 러너를 봤을뿐인데, (물론 미스캐스팅이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본 순간 성우의 이미지가 캐릭터의 이미지를 이렇게 방해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아직 연기도 다듬어지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도 어떻게 써야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어린 성우가 이게 원래 목소리에요~ 하면서 가성으로 방송을 이리저리 들이댔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만.


 성우를 넘어선 뭔가가 되고 싶다는 히라노 아야의 의지에는 비난받을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녀 자신의 그릇과 능력이 그것을 넘어선 무엇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고, 오히려 그 발버둥때문에 성우로써의 히라노 아야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근 3년을 반짝하고 사라진 옛 스타성우 이외에 무엇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애니 자체는 개 쿠소 쓰레기였지만 히라노 아야의 연기는 꽤 괜찮았던 드래고너츠를 다시 생각하면 그 성우로서의 가능성이 좀 아쉽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2008/11/09 10:45 2008/11/09 10:45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