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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잘못먹은듯




1. 커먼의 어나운스먼트 싱글은 첫 발매당시 나를 꽤 흥분시켰다. 칸예웨스트랑 FF따위 뻔한 앨범만들어서 팔아먹는거보다는 좀 나은 뭔가가 나올 것 같았고, 싱글 자체도 새 앨범에 담길 새로운 커먼의 자아와 목소리가 확실히 전달되어오는 것 같아 몇 번이고 설레여가며 돌려들었다.

2. 인빈시블한 여름을 만들었어야 할 앨범이 반년이나 늦게 나왔지만, 생각해보면 전작으로부터 상당히 빠른 시기에 만들어진 앨범이다. 오래 잡고 천년만년 죽을 끓이든, M모 또라이양반처럼 반년만에 삘받아서 뚝딱만들어내든 작업기간과 퀄리티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 앨범은 듣고나니 뭐가 이렇게 급했냐고 한마디 하고싶어졌고, 짧은 작업기간 탓을 해 보고 싶어졌다.

3. 던전패밀리는 괜찮게 들었지만 자주듣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들어가 있는 두 곡이 상당히 수려하다. 넵튠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모양인데, 오히려 미스터 디제이의 비트들이 귀에 더 들어온다.

4. 그에 반해 넵튠스는 뭘 잘못먹었는지, 원래 균등하게 잘 뽑아내는 양반들도 아니었지만 갈팡질팡하는 느낌이 강하다. Inhale같은 노래에 가서는 아이디어 몇개로 알랑하게 뚝딱거리다가 매너리즘에 폭 빠져버리는 것이 비싼 돈 주고 앨범 산 내 손을 좀 저주하고 싶어질 정도. 하지만 그래도 넵튠스는 넵튠스다. 귀에 확빨리는 돕한 사운드와 특유의 재기넘치는 사운드 운용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5. 가장 큰 문제는 넵튠스가 만들어낸 완벽하게 넵튠스스러운 앨범 위에 커먼의 목소리가 어울렸냐는 부분이다. 보통 MC들의 앨범이 일관성을 가지지 못하고 몇 개의 릴리스 속에 우왕좌왕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 반면, 커먼은 앨범 사운드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써의 역할을 확실히 하며 어떤 프로듀서와 작업을 하건 자신의 사운드로 소화해 내어 왔다. 그렇게 쌓아올려왔던 커리어인데, UMC에서는 커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향하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돕하기만한 비트위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섹스 포 슈거를 외치는 미아 한 명이 있었을 뿐. 나쁘지 않은 비트들이 모여, 랩 잘하는 엠씨와 함께 했던 이 앨범의 결정적인 문제는 섞여들어간 모든 요소들이 다 제각각 놀면서 앨범을 산으로 보내버렸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칸예 웨스트의 대체자로 패럴 윌리암스를 선택한 것은 최악의 실패를 낳았으며, 짧았던 작업기간에도 그 탓을 좀 돌리고 싶다. 무엇이 그리 급했을까.

6. 한명의 프로듀서와는 2개의 앨범만 같이 한다는 법칙은 이번에도 지켜졌다. 라는것은, 다음 앨범이 나오게 된다면 다시한번 넵튠스와 하게 된다는 것. 아마 다음 앨범도 이런식으로 나오면 죽을때까지 까게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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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2 13:37 2008/12/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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