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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지는 못하던 그 사람

2009/05/24 12:08, 글쓴이 Soloture
모두가 절름발이인 채로 달리려 할 때
다리가 멀쩡해야 달릴 수 있다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달릴 능력은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의 바짓가랑이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있었다.
그는 천천히 걸었다.

팔다리없는 쥐새끼가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달리지 못한 죄로 비난받았다.

결국 우리는 그와 함께 달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다리 없이, 혹은 절름발이인 채로 과연 달리게 될까.


모든 일의 순서를 잡아주던 그 사람은 이제 없다.


팔다리도 없이 방안에 쳐박혀 누운 채 "달리자!"고 발작적으로 공허히 외치는 쥐새끼가
과연 우리를 달리게 해 줄 사람인가. 우리는 정말로 달리기보다는 무의미한 외침속에서 얻는 거짓 안도감을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잃었다.

우리가 가진 거의 유일한 정상인이 막다른 벽 앞에 죽음을 선택할 작은 그릇이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그나마 그런 작고 능력없는 사람을 거인으로 여겨야 했던 우리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그리고 그나마도 잃어버린 이 땅의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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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4 12:08 2009/05/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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