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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atches the Watchmen?! - 농담과 진실




"이건 농담이야. 이건 전부 농담이라고!"

"코미디언"은 이 대사와 함께 영화의 초장부터 죽어나자빠진다. 코미디언은 이름답지 않게 결코 농담을 하지 않는다. 코미디언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거짓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어왔기 때문이다. 농담은 현실의 비틀린 재현이다. 그것이 진실을 일부 담고 있건 그러하지 않건, 농담은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개념이다. 그는 인간 본성에 내재된 폭력성 - 영화 전체를 통해 뽀대나게 연출되고 있는 - 과 잔인함을 똑바로 바라본 사람이다. 그는 진실을 안다. 하지만 그가 죽기전에 몰라크에게 한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는 그 진실을 받아들인 방법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시대속에서는 슈퍼히어로였지만, 언제나 스스로의 엄청난 힘 앞에 드러나게 된 진실에 휘말려든 한명의 인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알게 된 엄청난, 농담같은 진실앞에 그는 그것을 '농담'이라고 정의내린다.

"코미디언"은 주피터모녀에게는 하나의 농담이었다. 그는 농담처럼 1대 주피터를 강간하려 했고, 하지만 결국 한 번 맺은 관계로 2대 주피터가 태어나게 된다. 코미디언은 주피터의 결혼생활에 끼어든 농담과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 로리에게도 코미디언은 어머니를 범하려 한 파렴치한이지만 동시에 아버지이기도 했다. 코미디언은 이 모녀에게 농담이자, 진실이었다.

닥터 맨하튼에게 세계는 진실이어야 했다. 하지만 인간을 초월한,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고 심지어 죽지도 않는 그는 이미 신에 가까웠고, 그는 세계를 진실로 여기는 것을 어려워하게 되었다. 그는 현실속에 살고 있지만 현실에서 점점 멀어져간다. 그래서 현실의 과거들이 나타나 그를 괴롭힐때, 지구를 떠나버린다. 그리고 신다운 능력으로 화성에 새로운 진실을 만드려고 하지만, 그와 세계를 잇는 마지막 존재인 로리에 의해서 지구의 현실로 되돌아온다.

아드리안은 진실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는 실상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이다. 닥터 맨하튼은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망설임 또한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아드리안은 그런 닥터 맨하튼의 힘에 방향을 준다. 벡터를 얻은 힘은 아드리안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진실을 구축하고, 닥터 맨하튼은 그런 진실을 납득하며 사라진다.

로어셰크는 철저히 진실을 쫓는다. "I don`t compromise"를 외치며 와치맨 살인사건의 뒤를 쫓는 그의 모습은 경건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는 마치 검은 태양과도 같은 존재이다. 아드리안이 만들어 낸 농담과 같은 평화는, 그것은 결코 진실일 수 없다는 로어셰크의 말 한마디에 가치를 잃는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월리보다는 로어셰크로 남으려 하고, 로어셰크로 남기위해 탈옥중에도 가면을 되찾고 아드리안에게 수없이 얻어맞으면서도 중절모는 꼭꼭 챙기는 그의 모습은 우둔해보이기도 하지만, 그의 진실을 추구하는 힘은 분명 닥터 맨하튼이나 아드리안이 이겨낼 수 없는 날카로움과 지속성이 있다.

댄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이 모든것을 지켜본다. 부엉이가 큰 눈으로 어둠속에서 벌어지는 모든일을 보고 있듯이. 이 이야기에서 2대 나이트 아울이 그가 맡는 역할이야말로 말 그대로 와치맨일 것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무력하지만, 진실과 거짓을 모두 알고 있다.

평화가 시작된 후, 신문사들은 곤란해한다. 그들은 농담을 원한다. 그런 그들에게 찾아온 것은, 로어셰크가 남긴 단 하나의 진실, 일기장이었다. 그 진실은 농담처럼 그들을 다시 찾아와, 아마도 세상에 진실을 돌려줄 것이다. 거짓이라는 타성에 의한 평화속에 남으려는 인간을 이끌어내 어두운 진실속에 되돌려 앉혀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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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5 23:38 2009/03/0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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