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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결산 (1)

2007/12/27 20:23, 글쓴이 Soloture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끝나가고, 새로운 해를 맞을 준비를 하...


 흠흠. 엿같은 군대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했으나 맘대로 되지 않아 흙탕물에 꼬꾸라진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많은 블로거들이 하고계실 올해의 결산을 보고자 합니다. 각 부분별로 최고&최악을 선정하였으며 선정대상은 본인이 보고, 듣고, 느낀 범위내에서, 선정기준은 저의 이성과 감성이 외치는 목소리에 귀기울인 결과로 골라봤습니다. 갯수도 제맘대로입니다.


2007년 Best & Worst by Soloture



올해 최고의 앨범


Ruff Draft (J-Dilla, Stonesthrow)
두번 강조하면 실례가 될 불세출의 뮤지션이지만 그의 음악은 더 이상 현재진행형이 아니다. 파일로 징하게 들어왔던 사람들에게는 송구스러운 소급정도의 존재감일수도 있지만, Jaylib이나 Fourtet과의 꼴라보를 진행하던 시기에 딜라 홀로 준비하고 찍어낸 결과물을 재포장해 내놓는다는 것은 단순히 PBW의 상술이나 덕후들을 위한 머스트해브아이템의 수준이 아닌, 작가로서 가장 빛나던 시기의 딜라를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The Daily News(Donnie, Village Again Record)
우리 마음은 병아리 눈물만큼도 안 헤아려주고 무려 5년이나 쳐 놀다가 내놓은게 이렇다. 완전 수수텁텁하며 세련미라고는 개털도 없는 정진 정명의 촌스러운 소울 훵크넘버들로 꽉 채워진 짱 촌티나고 짱 끝내주는 앨범. 화려한 참여진에 비해 앨범은 한개도 안 화려하고 막 미워하고 싶은데 한 200번 들은거같다.

...Left(Eric Roberson, Dome)
소울차일드도, 알리샤도, 조스스통도, 니요도 다 평작인 가운데 눈에 띄게 월등했던, 기분좋은 느낌으로 들었던 앨범. 지금 다시 들어보면 처음 들었을때만큼 좋지도 않은거 같은데, 아무튼 아직도 그 감각이 손에 잡힐듯이 왔다갔다하는게 좋다.

Kala(M.I.A, Interscope)
디플로나 팀보의 뇌하수체를 자극하는 비트는 둘째치더라도, 앨범이 넓은 범위로 던지고 있는 각종 음악들에 대한 경의에는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게 한다. 신나고 섹시하지만 내 연약하고 얕은 정신머리로는 뒷감당이 좀 힘들정도의 무게가 실렸던 앨범.

Perserverance(Percee P, Stonesthrow)
올해 매드립이 한짓중에 제일 이쁜짓. 음악씬에 점점 흐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역사성의 의미가 희미해져가며 오리지널리티 또한 그 희생을 강요당하는 요즘 세상에 과거의 화석처럼 남아 쓸데없이 무게감만 뽐내는, 자기 앨범 하나 없는 빈껍데기 형님이 될뻔한 퍼시피의 현명한 선택. 그 용기가 멋지고, 자아낸 솜씨는 더욱 멋지고, 내년에 발매될 리믹스는 말할수 없이 멋지다.

Volta(Bjork, One Little Indian)
리스너는 평가하지 않는다. 그저 마님이 주신 음악을 감사히 귓구멍에 모셔둘 뿐.

RAW DEAL(URD, 얘네 어디서 발매야?)
대한민국에서 제일 지저분한 힙합하는 팀. 스타일의 확립과 그 건전하고 탄탄한 발현이라는 측면에서 우주선이 보여온 행보는 (몇 없지만)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이런 팀들이 흔히 그러하듯 기대를 배신하는 일은 별로 없다. Von군이 씨디를 준다고 했는데 왜 안주는지 모르겠다.

창작과 비트(DJ Soulscape, CJ뮤직)
음악으로 하는 오덕질이라는게 이런거다. 오덕오덕소리가 방배동을 쩌렁쩌렁 울릴지니..

ワルツを踊れ(くるり,빅터 엔터테인먼트)
변변한 힙합앨범도 안나온 일본음악중에 올해 나를 기쁘게 한 것은 쿠루리의 귀환. 오리지널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물건이지만, 그러면 어떠랴. 쿠루리는 여전히 탄탄하고, 성실하고, 재미는 조금 없다.

Orbital Period(Bump of Chicken, Toysfactory)
현재 일본 대중음악씬 통틀어 평단과 대중 양쪽의 지지를 동시에 얻어내며, 그닥 흠잡을만한 요소 없이 놀라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밴드는 BC가 거의 유일하지 않나 싶다. 오랜기간 다져진 토양위에, 일본적인 유전자를 담백하게 꽃피운 밴드 BC가 올해 끝자락에 앨범을 하나 내주셨다. 역시 좋았다. 오늘의 일기 끝.

Hollywood Recordings(Sa-Ra Creative Partner, Baby Grande)
천하의 개인주의자들이 팀을 만들면 어떻게 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SRCP. 개념 제대로 박힌 개인주의분자들이 개념 제대로 박힌 사운드를 개념 제대로 박힌 방식으로 만들면 어떤 괴물이 탄생하는지 아주 그냥 제대로 보여줬다. 기존 릴리즈된 트랙들의 집대성이라고는 해도, 이 한장만으로 올해의 모든 앨범들을 다 버로우 시킬수 있을 만큼 놀라운 앨범. 최고중의 최고.


올해 최악의 앨범


Graduation(Kanye West, Def Jam)
칸예 웨스트는 자신이 하고싶은것과 자신이 잘 할수 있는 것에 대한 내부적인 합의를 먼저 본 다음 자기 앨범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Finding Forever에서의 때깔과 포스를 생각하면 아쉬워도 한참 아쉽고, 포장만 그럴듯한 싸구려 감성에 오히려 화가나는 앨범.

Shock Value(Timbaland, Interscope)
팀보를 보고 항상 하는말이지만, 남의 밥상은 예술로 차리는데 자기밥상은 개판이다. 번뜩이는 천재성도 없고, 그저 자신이 만들어냈던 사운드를 자신이 못이겨 흉내만 낸 듯한 느낌이 드는 앨범. 사운드 예쁘고 완성도만 있으면 다 잘만든 앨범이 아니다.

Yes Yes Ya`ll(Superman Ivy, CJ뮤직)
앨범이 아니라 싱글. 브루클린 출신의 미국인 MC가 말하는 서울 이야기. 대한민국 씬의 빈약함과 이성적인 고찰없는 무의미한 리스펙트가 낳은 최악의 기형아. 도끼의 약간 싹수가 보이는 프로듀싱 정도로는 커버가 안될정도로 어처구니없는 2007년 최고 저질 재앙.

Enlightened(Dynamic Duo, CJ뮤직)
CBMASS 3집으로 한국 힙합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운 이 콤비는, 하지만 필요없다고 생각되었던 멤버를 잘라내고 나서 뭐 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어보인다. 1집에서 어설프게 만들어낸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3집까지 그냥 그밥에 그나물만 계속 말아드신다. 그 밥도 잘 지으면 또 몰라.

Best Damn Thing(Avril Lavigne, RCA)
여자애들이 음악으로 돈벌고 싶으면 에이브릴 라빈처럼 하면 된다. 다만 3집쯤 내면 로코코풍 드레스 입고 영화도 찍어야 되고, 20대가 되도 10대에서 벗어나면 안되며, 정신적인 불구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힘들다.



올해 최고의 게임


젤다의 전설 몽환의 모래시계(NDS, Nintendo)
NDS의 발매는 닌텐도로 하여금 그들이 가장 잘 할수 있는 일을 마음껏 하게끔 멍석을 깔아준 격이 되었다. 물론 젤다의 전설 시리즈가 3D로 발매되었다고 해서 개명작이 아닌것은 아니었지만, 몽환의 모래시계는 어떻게 2D 그래픽을 다루어서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가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제작자들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게임이었고, 개인적인 NDS 역대 최고 타이틀이었다.

몬스터 헌터 포터블 2nd(PSP, CAPCOM)
침몰직전의 PSP를 구해낸 타이틀. 초창기 시리즈에 비해서 난이도가 많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니악하고 어려운 액션게임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는데, 이런 게임이 경이적인 세일즈를 기록하며 높은 대중적 인기를 구가했다는 것은 고무적인 사실이다. 비교적 네트워크가 용이한 PSP로의 플랫폼 이전도 정답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여신전생 페르소나 3 FES(PS2, 아틀라스)
사실 FES는 아직 못해봤지만 3는 두말할 여지 없는 2006년 최고의 게임이었다. 점차 북미 게임의 영향을 받아 변화해하는 일본 게임 시장에서, 전통적인 일본식 RPG가 줄수 있는 즐거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주었다. 상당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티가 여기저기 나는데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높은 완성도는 과연 아틀라스라고 평할 만 했다.

바이오쇼크(PC/XBox360, 2K Games)
북미는 놀랍게도, 개념작을 한번 만들어낸 팀은 잘팔리거나 못팔리거나 대부분 쭉 개념작들을 찍어낸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FPS들은 취향을 타는 탓에 (물론 잘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고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에서 주목을 지나치게 받지 못하지 않았나 싶은 게임. 정말, 정말, 정말 잘만들었다.


올해 최악의 게임


파이널 판타지12 레버넌트 윙(NDS, 스퀘어에닉스)
스퀘어에닉스는 참 좋겠다. 파이널 판타지 이름만 달면 아무거나 만들어내 팔아도 잘 팔리니. 완성도는 높지만 방향성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게임으로, 불편하기 짝이없는 조작시스템, 재미없는 전투, 억지춘향격으로 끼워넣은 설정, 날아가는 스토리 등 내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한개도 없었던 물건. 12의 음악들을 흥미롭게 편곡한 음악만이 조금 괜찮았다.

아스트로레인저 (PC, 비스킷소프트)
그림이 스타일리쉬하다고, 기획이 참신하다고 다 재미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게임. 사실 리듬게임의 경우 주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표곡들의 장르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도 하지만, 그런 차원을 떠나서 너무 재미없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2 (PC, 그라비티)
망했다. 게임이 망한거에 이어서 나름 화제를 몰고왔던 칸노 요코의 참여도 그녀의 표절시비때문에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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