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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시즌2 4화 리뷰

암전 게임은 룰이 너무나 간단하여 별 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은 게임입니다. 룰이 얼마 없어 빈약해 보이기는 해도 여러방향으로 게임이 전개되었을 가능성이 풍부했던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배신으로 귀결되게 되어 좀 아쉬웠습니다. 배신보다는 어느정도 게임의 조건을 파악해서 전략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했는데 그 이유는, 이 게임이 구조적으로 배신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배신이 일어났고, 그 경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은결의 배신은 이상민의 배신과 그 동기와 형식에서 매우 다릅니다. 우선 이은결은 방송인들끼리의 친목파벌을 깨고 싶다는 야심에서 배신을 하게 됩니다. 지니어스 게임을 장기적으로 보았을때, 이은결의 결정은 오히려 응원하고 싶다는 느낌이 듭니다. 은지원은 방송 자체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지 않고, 노홍철은 아무 근거없는 행동만을 반복하고 있는 악성플레이어에 가깝습니다. 이들의 생존은 방송 바깥에서의 친목에 기대어 생존해 나가고 있는 느낌이 강하죠. 사실 시청자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재미있지가 않습니다. 실제로 이번 라운드 데스매치에서 이은결을 도와주기로 한 노홍철의 결정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게임에 참가 한 이상, 어느정도 플레이어로서의 행동원리를 보여주어야 할 입장에서 완전한 변덕도 아닌, 그냥 방송 외적인 친목을 근거로 하는 행동은 그냥 김이 샐 뿐이죠. 그런 맥락에서 이은결의 결정은 장기적인 안목이 느껴지는, 배신을 할 이유가 없어보였던 이 게임에서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를 찾아낸 의표를 찌른 결정이었다고 느낍니다. 다만 그 계획을 실행할 라운드를 잘못 골랐을 뿐이죠. 그에 반해 이상민은 딱히 (홍진호팀의 입장에서는)배신을 하는 이유는 없었습니다. 홍진호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상민은 뛰어난 정치력과 권모술수(…)를 이용해 지금까지 한 시즌 반을 헤쳐온 사람이고, 별다른 배신의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정보를 믿을 이유는 없습니다. 게다가, 암전 후 선을 넘어가기까지 1분간의 시간, 즉 사전 모의된 계획과 다르게 플레이어들이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기 때문에, 미리 몇 명이 넘어갈지 정해놓았다는 정보는 신뢰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그에 반해 이은결의 배신방법은 근거가 있어 홍진호팀의 입장에서 믿기 쉽고, 현장성이 있어서 정보의 신뢰성도 높죠. 다만 이은결은 그 계획을 실행할 게임을 잘못 선택했고, 자신이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는 인상을 각인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탈락하게 됩니다.


여기서 유정현이 과연 2라운드에서 혜안을 발휘하여 팀을 캐리했느냐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유정현이 초반과는 다르게 어느정도 통찰력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전 2라운드의 상황에서 이상민보다 이은결의 정보를 따른 것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 유정현보다는 3라운드에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진 조유영이 홍진호팀의 승리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이 사람이 생각이 없는건지 과감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행동 하나하나가 게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은결이 이번 라운드의 주인공이라면 조유영은 준 주연급 조연으로서 재미있는 역할을 했는데요. 게임 자체는 지난 라운드와 마찬가지로 배신 한방에 깔끔하게 끝나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유영이 이은결을 팽 하는 여론을 주도하면서 홍진호와 대립각을 세우게 됩니다. 이은결의 배신은 두말할 것도 없이 홍진호팀 승리에 결정적이었기 때문에 조유영의 태도는 배은망덕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두희와 노홍철의 동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어느정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홍철은 애시당초 이은결의 요구대로 은지원을 탈락자 후보로 찍어줄 생각이 없어보였고요. 개인적으로 조유영보다 노홍철의 이런 태도가 짜증났는데, 위에 쓴대로 방송외 친목에 따라 내린 결정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임윤선은 카리스마도 강력하고 두뇌도 출중하지만 참 팀 단속을 못하네요. 이번 라운드 게임은 배신보다는 어느정도 우직하게 심리전으로 밀고 나가는 편이 더 좋은 선택으로 보였고, 그런 면에서 이상민과 임윤선의 전략은 그닥 좋은 접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3라운드 연속으로 팀 게임이 나왔는데, 이제 슬슬 좀 전략적인 게임이 나와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인 역량차이를 메우고 병풍을 없애 방송을 역동적으로 이끌고 싶다는 제작진의 목표는 달성된 것 같지만, 반대로 비슷한 양상의 게임이 몇 주째 계속되니 판도 자체가 고착화되어가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음 라운드 예고편을 보면 좀 그런 느낌이 드니 기대해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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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9 11:05 2013/12/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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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시즌2 3화 리뷰

왕 게임을 보면서 쉽게 연상시킬수 있는 것은 라이어 게임 초반에 등장했던 소수결 게임입니다. 물론 세부 룰이 다르고 왕 게임이 좀 더 복잡하긴 합니다만, 두 게임의 본질은 같습니다. 바로 연합을 통한 투표조작이죠. 공교롭게도 왕 게임과 소수결 게임 둘 다 연합 내의 이중스파이에 의해서 게임이 끝났다는 점도 재미있네요.

왕 게임은 연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2라운드에 치뤄졌던 자리바꾸기 게임의 연장전과도 같습니다. 다만 반역의 징표를 사용하여 룰을 통한 심리전이 가능하도록 전략성이 가미되었다는 점이 다르겠네요. 이것은 실제로 홍진호의 5연 연합이 초반에 왕이 아군이 아님에도 리드해나갈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죠. 아마도 인원이 많은 게임 초반에 정치력싸움이 주가 되는 게임을 주로 배치하고, 점점 전략적으로 복잡해지는 구성을 택하기로 정한 듯 합니다. 아님 말고요.

게임의 경과는 별 다른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교과서적인 전개를 보여줬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오히려 초반이죠. 6인연합은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지르는데, 바로 게임 시작전에 유정현을 연합에 넣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게임은 연합이 크면 클수록 유리하고, 그 유리함은 연합이 9인이 됐을때 가장 커져서 무조건 이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약 이 연합이 6인이 아닌 7인으로 시작했다면, 게임 후반부에 6인 연합이 우수수 무너져내린 것처럼 더 큰 연합쪽으로 스노우볼이 굴러갔을 확률이 높습니다. 배신해봐야 얻는 이득이 없으므로 이두희가 스파이를 할 일도 없었겠죠. 자리바꾸기처럼 실질적으로 5인으로 연합의 제한을 걸어놓은 것과는 반대로, 이번 라운드는 게임이 진행되면 될 수록 유리한 쪽으로 게임이 기울어 연합을 무제한으로 키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배신자를 사전에 차단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합의 규모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죠. 1라운드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5인연합 2점, 6인연합 1점으로 6인연합이 지고 시작합니다. 사전정보가 없는 1라운드이기 때문에 6인연합이 엄지:검지 3:3, 5인이 2:3으로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고 가정할 경우, 1) 5인연합이 엄지:검지 2:3으로 나눠 검지가 반역(실제 게임에서 일어났음) - 5인연합 이득 2) 5인연합이 마찬가지로 엄지:검지 2:3으로 나눠 엄지가 반역 - 6인연합 이득 3) 엄지:검지 3:2로 나눠 검지가 반역 - 6인연합 이득 4) 마찬가지 상황에서 엄지가 반역 - 무승무 가 되기때문에, 50%의 확률로 6인연합이 이득, 지지 않는 경우까지 합하면 5인연합이 이득을 가져갈 확률은 25%에 불과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가넷 하나로 1라운드에 50%의 확률로 방어를 해낼 수 있다는 말도 되지만, 3라운드에서 임요환이 제시한 낚시전략에 걸려들 수도 있으므로 여전히 5인연합은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됩니다. 확률적으로 이길수가 없지는 않겠지만, 6인연합이 어떻든간에 초반에 미세한 우위를 지니고 있고, 반역의 증표는 점점 비싸지므로 후반에는 사용할 수 없기때문에 그것으로 차이를 점점 벌려나가 어렵지 않게 승리할 수 있었죠. 이두희의 이중 배신과 그에 따른 홍진호 연합의 손쉬운 승리는 다 유정현이 6인연합에서 거부당해 5인연합으로 들어감으로 인해 생겨난 나비효과였습니다.

이번 라운드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점은 2라운드에서의 홍진호 - 임윤선의 대결구도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홍진호는 원숙해진 정치력과 탁월한 분석력으로 발빠르게 연합을 조직하고 전략을 실행해 나갔고, 임윤선의 경우, 연합의 결성 자체를 리드하는 위치에 있지 않았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연합의 리더로서 활동력을 보여 팀을 자신의 것으로 장악해나갔습니다. 매 라운드 연합의 이합집산이 심하긴 하지만, 두 핵심 멤버가 지금처럼 연합의 중심이 되었을 경우,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서 톱3 플레이어라고 보고있는 홍진호, 이상민, 임윤선중 이상민이 어느 연합에 가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이상민이 2라운드에서 보여준 미친 관심법(…)과 3라운드에서 보여준 비범한 연기력(…)이 두 라운드에 걸쳐 미친 영향력은 엄청났죠. 시즌1에 비해서 참가자들의 개성이 더 뚜렷하고 전반적으로 더 수준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 세 명의 파워플레이어들간의 권력구조가 앞으로의 전개에서 더 재미있는 상호작용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라운드에서만 한정해서 보자면 이 게임의 주인공은 조유영이었습니다. 비록 본 게임은 졌지만 본 게임에서부터 데스매치까지 보여준 불타는 승부욕과 집중력, 행동력은 대단히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데스매치에서의 활활 불타는 모습은 걍 저를 지리게 만들었네요. 무슨 바둑기사를 기세로 씹어먹는 여자가 다 있네 그려(…). 결합게임은 전 시즌에도 보여주었듯, 승부형의 플레이어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아니, 했었습니다만, 이번에 변화된 룰 안에서는 결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는 점에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번의 결합게임에서는 결을 불러서 1점이 감점되었을 경우, 서포터들에게 턴이 넘어가 감점을 만회하거나 상대방의 결 콜을 이용해 득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홍진호의 입장에서는 결을 부르는데 부담이 적고, 김경란의 입장에서는 더 부담이 되었죠. 홍진호는 그 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김경란이 패턴찾기에 더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패턴찾기는 그다지 승부형 플레이어에게 유리한 것 같지는 않군요. 실제게임에서도 패턴찾기는 조유영이 이다혜를 압도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결을 외쳤을 때 실패하면 확정된 손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달랐죠. 그리고 패턴이 하나만 남았다는 것을 알았을 경우는 굳이 합을 외칠 필요가 없어, 결 콜 자체를 없앨수 있기도 했고요. 요는, 지난 시즌에서 승부형 플레이어로서 홍진호에게 큰 어드밴티지를 제공했던 결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또,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다혜는 승부내내 집중력을 보여주지 못했는데요. 중간중간 보여주는 번외인터뷰에서도 이다혜는 조유영과 친했음을 강조하면서 아쉽다는 태도를 보여준 반면, 조유영은 승부에는 언니도 엄마도 없긔 훨씬 더 승부사다운 자세로 임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개인적으로 데스매치는 이다혜가 제 생각보다 지니어스 게임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것, 조유영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의외의 반전 덕분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차민수가 월등한 게임 이해도와 집중력, 카리스마를 곧바로 보여준 것과 대비되어 차유람과 이다혜가 보여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퍼포먼스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적응력의 부재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한 분야에서 쌓아올린 지식과 지혜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야에 적용하는 것은 아주 어렵지는 않지만, 적응력과 통찰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지식과 기술을 기계적으로 쌓아올렸다면 결코 행하기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 면에서 임요환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헛스윙만 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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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5 17:37 2013/12/2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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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시즌2 2화 리뷰

2화의 게임, 자리바꾸기는 너무나 심플하기 때문에 독특한 게임입니다. 쉽다는 사실은 거시적으로는 플레이어 퍼포먼스의 평준화를 통해 병풍제거를, 미시적으로는 플레이어들에게 전혀 다른 전략적 접근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과거 게임들과 차별화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제작진이 어느정도 게임 자체를 통해서 자신들의 색깔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 측면에서도 어느정도 전환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자리바꾸기는 담합과 거짓말의 게임이었습니다. 아마 방송만 봐도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열 명이 담합하여 두 명을 팽하는 필승전략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열명의 의견을 모으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실행 불가능해보이기는 하지만, 방송에서 실제로 마지막 라운드의 상황을 보면 굳이 열 명이 입을 맞추지 않았어도 다섯 명 연합 두 팀의 이해관계가 자연스럽게 만족되는 길로서 두 연합의 담합이라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전개일수도 있었습니다. 콩의 기지로 단 한 팀만이 살아남아 나갔지만, 오히려 열 명이 담합하여 두 명을 왕따 시키는 전개 쪽이 더 확률이 높지 않았나 싶네요. 여기에 데스매치를 통해 제작진은 이번 라운드의 테마가 담합이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못박아 버립니다. 데스매치의 전개는 비정하고 진부하며, 딱히 극적이지도 않았지만 적절한 연출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자리바꾸기의 또 하나의 요소, 거짓말은 결과적으로 본 게임을 크게 좌지우지 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거짓말을 전략적으로 쓰기 어려웠던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심플한 룰에 비해서 로테이션하는 X의 존재로 인해 매 라운드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에, 한 번 거짓말로 몇 명을 혼란시킬 수는 있어도 그 혼란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나가기에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은지원이 거짓말을 함으로서 간접적으로 득(홍진호 연합)과 실(이상민-임윤선 연합)을 얻은 사람은 있었어도 은지원은 아무런 이득을 보지 못했죠. 오히려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때문에 게임 중간에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노홍철은 이 게임에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 자신의 이 방송에서의 역할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노홍철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평균 이하의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는 은지원처럼 일단 파문을 일으켜 볼 배짱도 없고, 연합을 만들거나 들어갈 정치력도 전혀 없고, 게임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도 늦은 편이었으며,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시간만 보냈죠. 그는 게임시간 내내 의미있는 움직임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수다스럽지만 의미있는 말은 하지 못하고, 아마도 다른 플레이어들도 이미 노홍철이 하는 말에는 아무 의미도 없고 크게 가치도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의 강점은 자신이 바로 그런 존재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자신이 유리한 상황에 있는지 아닌지는 정말 기가막히게 냄새를 잘 맡습니다. 지금 이 상황이 뭔지는 몰라도 남들이 자신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상황이다 싶으면 절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특유의 화술로 오히려 그 작은 기회의 시간을 늘리기 까지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징글징글하게 즐기죠. 그런 캐릭터니까요. 그는 그런식의 악역을 자처하여 이 게임에서 자신의 역할을 굳힙니다. 확실히 재미있는 스토리도 나오고, 향후 변수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지만 게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 미비한 것은 아쉽네요. 데스매치에서의 승리마저도 노홍철은 아무것도 한 게 없고 그저 담합에 의해서 정해졌으니까요.

이번회에 가장 놀라웠던 인물은 사실 이두희입니다. 그는 결코 정치력이 좋은 인물은 아닙니다. 자신의 연합의 승리를 위해서 김재경과 아웅다웅할때 그것을 알 수 있죠. “너가 안바꿔주면 다 죽어”라니 이 무슨 질 낮은 설득이.. 사실 거기서 그 말 한마디만 더 잘해서 김재경을 설득했으면 바로 게임을 끝낼 수도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 아쉬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보여준 추진력,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접근하고 연합을 규합할 수 있는 영민함은 확실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병풍이라고 생각했더니 호랑이새끼.

김재경은 사실 곧 탈락할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이두희의 설득이 말도 안되는 어거지였어도 그 상황에서는 이두희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대신 데스매치에서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딜을 이끌어내는 정도의 정치적 감각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죠. 대신 그녀는 이상할 정도의 행동력을 발휘해 아무 연합에도 못 들어가고 그냥 우왕좌왕, 그다지 다른 플레이어들의 호감이나 지지도 얻지 못한채 모두 잃고 데스매치로 떨어지는 신세가 됩니다. 노홍철이 적극적이어야 할 때와 아닐 때를 본능적으로 감지해서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던 반면, 김재경은 시종일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로 상황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 패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 게임이 특히 좋았던 것은 룰을 간단하게 만들어서 모든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그것을 파악하게 하고, 정치가 중요한 상황을 계속 만들어 줌으로서 플레이어들의 행동력을 이끌어 냈다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딱히 병풍도 없었고, 실제로는 게임이 지루하게 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재미에는 문제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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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4:46 2013/12/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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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더 지니어스 시즌2 1화 리뷰

기록의 차원에서, 시즌2는 매주 리뷰를 한번 써 보려고 합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시즌1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플레이어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분석했었습니다. 시즌2에서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보려고 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우선 협동형 플레이어들이 있습니다. 이를 타입1이라고 합시다. 이 사람들은 승부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일반인들입니다. 따라서 경쟁보다는 협동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게임에 대한 분석력과 결단력보다는 정치력과 친화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준석, 최정문, 최창엽, 이상민, 김경란, 성규, 김풍, 김구라가 여기 속하겠죠. 이 중에는 단순지능으로는 다른 이들을 압도하는 인물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준석과 최정문. 그러나 이 타입의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모르고, 무엇보다 승부에 가장 중요한 결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승부처에서 리스크를 짊어질 수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최종전 2세트의 결합게임에서 김경란이 좀처럼 결을 외치지 못하는 부분에서 드러나죠. 물론 서포트 플레이어들의 수준차이 때문에 결을 부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결을 외쳐서 서포터들이 문제를 푼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본전.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제를 풀기보다는 결을 부를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접근했어야 합니다. 홍진호는 이것을 알고 있었고, 김경란은 그저 눈앞의 1점을 잃는 것이 무서워서 전체 승부를 포기하고 말았죠. 이는 타입1의 플레이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을 이용할대로 이용하고 뒤에 숨어서 이미지메이킹에만 급급했던 김경란보다 자기가 저지른 일에 어느정도 정면으로 책임을 질 줄 알고 정정당당하게 이용해먹을 줄 알았던 이상민이 훨씬 우수한 플레이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타입2, 승부형 플레이어들입니다. 물론 차민수와 홍진호. 이들은 승부에 익숙하고,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그를 충분히 활용할 줄 아는 이들입니다. 게임의 세부적인 결을 볼 줄 알고 룰을 뛰어넘은 사고에 익숙하며, 수읽기에도 능통하죠. 홍진호가 어리숙해보여서 초반에 무시를 받았었지만, 그는 오랜기간 정점을 찍은 인물이었으며 정상의 자리를 오래 유지하며 싸워온 경험이 있습니다. 데스매치의 절대자로 군림해 결국 우승을 차지하게 된 사실이 그것을 증명하죠. 이 타입의 인물들의 가장 큰 약점은 사람에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룰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파훼하는데는 탁월하지만, 다수의 인원들이 판을 흔드는 초반에는 정치력싸움에 밀려 휩쓸려나가기 쉽죠. 더불어 절대적으로 수가 적을 수 밖에 없고 우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집중견제의 대상이 되어 차민수처럼 조기 탈락할 수 있습니다.


타입3는 병풍형 플레이어입니다. 물론 차유람, 박은지, 김민서죠. 이들은 승부하는 뇌, 그리고 사교하는 뇌가 아예 없습니다. 정상급 운동선수인 차유람이 이 정도로 승부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는게 이상하긴 합니다만, 그녀의 종목 특성상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당구는 관심도 없고 그래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차유람은 시즌1 내내 아무것도 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 안에서도 여러 부류로 나뉘긴 하는데, 대표적으로 차유람과 박은지는 둘 다 병풍이지만 둘은 아주 다른 플레이어입니다. 차유람은 수동적이고 뇌가 없는 플레이를 하기는 하지만 시종일관 정정당당하며 배신을 절대 하지 않고, 나름의 승부욕을 가지고 게임에 임합니다. 덕분에 딱히 명장면을 만들어내거나 하지는 못했어도, 게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기말로서 자신의 역할을 어느정도 다 하죠. 하지만 박은지는 다릅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게임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습니다. 게임이나 방송보다는 자기 자신이 티비에 어떻게 비치는지,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가 훨씬 중요하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우습게 여깁니다. 그녀는 머리가 나쁘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을 게임에서 유리시켰고, 자연스럽게 병풍으로 전락한 경우입니다. 이것이 정점을 찍었던 것이 8회전 데스매치였죠. 개인적으로 차유람이 언제 탈락하던지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명백한 부정행위로 게임 자체를 우습게 만들어버리면서 뻔뻔한 얼굴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박은지를 보면서 참 열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애시당초에 방송에 참가했으면 안되었을 플레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시즌2의 1화는 정말 새 시즌의 오프닝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1화의 주인공은 틀림없는 남휘종이었으므로 그를 중심으로 서술해보도록 하죠.


남휘종은 대단히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단기적인 목표설정과 달성에 ‘익숙해져(능하지는 않음)’ 있고, 자신의 두뇌에 대한 자신감이 엄청납니다. 아마도 학원강사로 전락하게 된 자격지심과도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누구건 간에 순수 두뇌로는 날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그냥 얼굴에 써 있습니다. 척 봐도 재미있는 캐릭터이며, 당연하게도 게임 안에서는 봉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게임의 탈락자 후보는 남휘종이 사자를 뽑은 순간 정해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크게 두 가지 실수를 저지릅니다. 첫째는 사자가 이 게임에 가장 유리한 동물이라고 착각하고 자신을 과신한 것. 둘째는 임윤선과 긴밀하게 연합하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사자는 사실 살아남기 어려운 동물입니다. 매 라운드 먹이를 찾아야 하고, 한정된 피식자를 놓고 다른 포식자들도 신경써야하며, 뱀도 물지 말아야 하고, 하이에나의 방해도 뚫어야 하죠. 단적인 예로, 1라운드에 하이에나(홍진호)가 눈치빠르게 뱀을 물고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4라운드에는 필연적으로 죽어야합니다. 이 때문에 4라운드에 먹이를 확보하기 위해 쥐(임윤선)과의 연대가 가장 중요하죠. 사실 사자는 쥐와의 소규모 연대만을 하고 솔플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일 듯 싶은데, 왜냐면 어떤 동맹을 맺든 사자는 갑의 위치에서 무언가를 요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게임에서 패배한 경우 심리적으로 가장 타인에게 빚을 많이 지는 위치에 설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탈락자 후보로 지목되기도 쉽죠. 이 게임의 데스매치 플레이어는 남휘종이 사자를 뽑고 좋아라 지-_-랄을 떨면서 온갖 위세를 부린 순간, 그리고 임윤선이 남휘종의 요구를 따르지 않고 연대를 위해 행동하기로 한 순간 이미 정해졌다고 봐야 합니다(남휘종은 탈락자 후보로 지명될 테고, 그는 당연히 앞뒤 안보고 자기를 배신한 임윤선을 지목할 테니). 참 그 똑똑하다는 사람이 기본적인 리딩도 못하고 그냥 잡아먹을 생각에 좋아라 흥분하는 걸 보니 그 학벌이 다 뭔가 싶고.. 이 게임은 생존 게임이지 킬 따먹는 게임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사실, 그 촬영현장에서 남휘종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들이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을 아예 눈치도 못채더군요.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광대가 되어서 각자 생존을 모색한 여타 플레이어들의 도구로 전락하고, 임윤선이라는 걸출한 플레이어를 돋보이게 하는 악역으로서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데스매치에서까지 보여주는 그 대단한 자존심은 대체 어디서 오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가 정말 쪽팔리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승부를 하러 와서 이기기 위한 행동은 단 하나도 하지 못하고 매 순간 패배로 빠르게 자신을 집어던진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이어야 할 것입니다. 남휘종은 전형적으로 ‘우수하지 못한’ 타입1의 플레이어였습니다. 이준석과 비교하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준석은 훌륭한 게임리딩과 우수한 전략으로 자신의 두뇌를 입증했습니다. 다만 그는 자신의 전략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 발목을 잡았죠. 남휘종 덕분에 1화가 재미있게 흘러간 것은 사실입니다만, 플레이어로서 비교하기에는 좀 미안한 감이 큽니다.


임윤선은 1화의 진 주인공이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데스매치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재경을 포섭해 운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정치력은 분명히 우수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도 퀴스방송에서 순식간에 수열문제를 풀어내던 무시무시한 두뇌가 있습니다. 변호사인 만큼 승부에도 익숙할 것이고, 정치력과 승부하는 두뇌를 둘 다 갖춘 완전체일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앞으로 활약이 아주 기대되며,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노홍철은 이미지와 다르게 실제로 명석한 사람은 아니고, 정치력도 은지원이나 이상민에 비해 좋아보이지도 않으므로 조기탈락이 예상되고, 반대로 은지원과 이상민은 좀 더 오래 살아남으리라 생각합니다. 임요환은 자신이 최고 수준의 전략가라가는 사실은 과거 게이머생활로 이미 입증했지만, 반대로 그가 게이머 시절 보여준 빈약한 임기응변과 이번 1화에서 보여준 모습을 볼 때 한순간 판세를 잘못 읽어 훅 갈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이다혜는 딱히 보여준 것은 없지만 바둑기사들이 매 대국 벌여야 하는 미친 수준의 수읽기와 심리전을 고려하면 본 게임, 특히 데스매치에서 겁나게 쎌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1에서 홍진호가 맡았던 데스매치의 히어로(히로인)기믹을 이어받게 되지 않을지. 그 밖에는 딱히 눈에 띄는 플레이어는 없던 것 같네요. 다만 김재경양이 꽃병풍으로 오래 살아남기를 응원합니다^^ 화이팅^^


현재까지 간략한 분류는 타입1에 은지원, 이상민, 노홍철, 이은결, 남휘종, 임윤선, 타입2는 임요환, 이다혜, 홍진호, 임윤선, 병풍은 조유영, 김재경, 이두희, 유정현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되면서 병풍역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판을 흔들지가 기대되네요..는 뻥이고 얘네한테 거는 기대따위는 없고, 은지원, 이상민, 임윤선, 홍진호, 이다혜정도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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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1 13:31 2013/12/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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